[데스크라인] 게임의 규칙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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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한가위 연휴가 끝났다. 산업계도 잠시 풀어졌던 몸과 마음을 다잡고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멈췄던 생산라인이 돌기 시작했다. 꺼졌던 연구실 형광등도 환하게 켜졌다. 연휴가 끝난 10월은 올해 마지막 분기를 시작하는 첫 달이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벌여 놓은 일을 성과 있게 추슬러야 할 때다. 안팎의 분위기도 과히 나쁘지 않다. 마지막 분기로 접어들면서 경기 호전 신호가 속속 감지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만성 불황 탓인지 IT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가 나아진다지만 별반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IT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고민은 결국 세 가지다. 시장(industry market),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 지속 성장(substantial profit)이다.

 언제 IT 경기가 풀릴지 답답한 상황이다. 증시가 점차 회복되면서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희망 섞인 메시지가 들리지만 여전히 딴 나라 이야기라는 게 대체적인 목소리다. 올해 말, 내년 초 확실하게 저점을 찍는다지만 아직도 미심쩍은 게 사실이다. 비즈니스 모델도 숨이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돈 될 만한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아우성이다.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경영자는 IT는 더 이상 투자할 만한 사업이 없다는 푸념부터 꺼낸다. 자금은 둘째 치고 희망이 안 보인다는 하소연이다.

 기업이 가진 태생적 속성, 바로 지속 성장도 고민거리다. 기업은 자전거와 비슷하다.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수평을 유지한다. 멈춰 있다는 것은 ‘정지’가 아니라 ‘퇴보’를 뜻한다. 지속 성장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불행히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고민의 핵심이다.

 이 세 가지를 찬찬히 뜯어 보면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다. 경기가 좋지 않고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아무래도 도전 정신이 나오기 쉽지 않다. 도전 정신, 넓게는 기업가 정신이 충만해야 비즈니스 모델도 샘솟듯 쏟아진다. 자신 있게 밀어붙일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지속 성장 해법도 찾기가 녹록지 않다. 세 가지가 순환 고리처럼 엮여 있는 셈이다. 셋 중에 하나만 숨통을 터줘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어느 하나 명확하게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해법이 보이지 않으면 아예 시장 규칙을 바꾸는 건 어떨까. 기존 구도에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가장 잘할 수 있는 쪽에서 새 그림을 그려 보는 것이다. 오히려 ‘시계 제로’ 불황기일수록 정면 돌파가 훨씬 승산 있어 보인다. 선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LED TV를 단순히 개선된 LCD TV가 아닌, 새로운 차원의 제품으로 자리 매김해 ‘LED TV’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고, 침체한 LCD TV 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올림푸스는 ‘스틸’과 ‘렌즈 교환식(DSLR)’으로 양분된 카메라 시장에 ‘펜’을 앞세워 ‘하이브리드 카메라’라는 새 수요를 창출했다.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길 수 있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규칙이 바뀌면 시장의 구도가 변한다. 시장이 움직이면 요지부동이던 고객의 마음도 바뀔 수밖에 없다.

  강병준·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