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u러닝 시대 구현을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디지털교과서 보급 사업이 비싼 외산 단말기에 발목이 잡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6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 곽덕훈)와 단말기 개발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교과서 시범학교가 늘어나면서 외산 단말기 구매 비용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저렴한 국산 단말기 개발은 수년 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에 따라 KERIS는 내년 시범학교 확대를 위한 단말기 구매 예산을 책정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국내 기업들에 국산 단말기 개발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 추진 주체인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KERIS에 따르면 올해 초 디지털교과서용 단말기 경쟁 입찰에서 대당 조달가가 150만원인 HP의 태블릿PC인 2730P로 낙찰, 올해만 4700대가 시범학교에 공급됐다. 올해 정부가 HP 단말기에 쏟아부은 예산만 70억원이다.
KERIS 관계자는 HP 독점체제가 굳어진 이유에 대해 “지난 3월 단말기 입찰 당시 우리나라 실정에 맞고 안정성이 높은 ‘자동유도방식’을 채택한 태블릿PC는 HP 제품이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후지쯔는 시범사업에 일시적으로 참여했으나 200만원을 호가하는 단말기 구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KERIS와 u러닝사업 부문에서 긴밀하게 협력 중인 인텔의 ‘클래스메이트PC’도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KERIS의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KERIS는 벌써 3∼4년째 50만원 이하짜리 국산 전용 단말기 개발을 국내 대·중소기업과 협상 중이나 성과는 전무하다.
관련 업계가 HP와 같은 태블릿PC 기반으로 개발하려면 단가가 너무 높아지고 반대로 저렴하게 개발하면 시장이 연간 100만대 규모는 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한컴의 한 관계자는 “삼보와 국산 단말기 개발을 협의 중이기는 하지만 터치 기반의 태블릿PC일 경우 장비 단가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ERIS 관계자는 “태블릿PC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며 e북 단말기와 노트북PC 중간 형태의 단말기를 대기업에 제안해봤지만 시장이 아직 없다고 거절했다”며 “고급 사양과 화려한 디자인이 불필요한 만큼 충분히 개발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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