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나라의 ‘고질병’과 같은 수많은 논쟁거리들이 쏟아졌고 해명 아닌 해명에 화도 치밀어 올랐다.
‘강부자’나 ‘고소영’을 떠나 도덕성, 병역회피, 위장전입, 논문표절, 공인의 자격과 자세, 분수를 넘는 생활, 엘리트연합, 3당 합당, 공직자의 용돈과 자문료, 이중국적, 소인과 대인의 현명함과 겸손함, 용산참사, 서울대총장, 인사청문회, 자유무역협정(FTA), 케인스주의 경제관, 신자유주의, 한국은행총재, 금융통화위원, 총리, 대통령, 4대강 사업, 행정복합도시(세종시), 해외유학 등등 …….
예전에 읽었던 ‘한국 논쟁 100(강준만 교수)’의 목차를 보는 듯 했다. 강준만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논쟁거리를 사회·문화, 교육·입시, 사법·노동, 행정·정책, 국제·민족, 경영·경제, 정치·정당 모두 7장으로 구성해 논쟁거리 100개를 추려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정 후보자가 내정된 후인 지난 9월6일(“형님, 절대 속지 마세요!”)과 인사청문회 중이던 지난 9월22일(“정운찬 형님, 관두시죠!”) 프레시안에 게재된 [김기협의 ‘페리스코프’]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는 정운찬 일 개인에 대한 부러움과 안쓰러움을 교차하게 만들었다.
함석헌 선생이 쓴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란 시와 초한지의 등장인물로 항우를 돕기로 결정 한 후 바로 후회하던 범증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나도 아직 함석헌 선생이 쓴 시에서처럼 ‘그 사람’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정운찬 개인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범증과 같은 우를 범하지 말라고 ‘범증 스스로 점친 결과인 점괘(占卦)’와 같은 역할을 한 ‘그 사람’을 가졌기 때문에 부러웠다.
범증은 천하를 통일하고 천세의 황권을 갖게 될 인물이 자신을 찾아와 함께하길 청하고 그와 함께 천하를 통일하고 황제가 된 이를 죽을 때까지 모시는 것이 자신의 운명으로 알고 있는 인물이다.
어느 날 자신을 책사로 모시기 위해 항우 진영에서 예전부터 알고 있던 계포가 찾아오고 범증은 계포를 따라 항우에게 간다. 항우를 만나 본 후 책사를 수락한 후 짐을 정리하기 항우의 엄청난 선물들을 수레에 실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고향에 도착해 고향 사람들과 찬치를 벌인 후 저녁에 홀로 하늘에 펼쳐진 별들을 봐라보며 항우의 운명을 점친다.
점괘는 항우의 세가 미약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항우가 유방을 이기고 천하를 통일하지만 황제의 자리에 오래 앉아있지 못한다. 결국 범증은 유방의 책사 진평의 반간계에 빠진 항우에 의해 쫓겨난다. 항우에게 퇴출당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악성 등창으로 객사한다.
정 후보자가 ‘황우의 점괘’를 알고 있지만 ‘엎질러진 물’이라 생각하고 황우에게 가는 ‘범증의 우’를 범할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그에게 달렸다. 다만 정운찬 후보자를 형님으로 모시는 김기협 역사학자의 애절한 편지가 ‘범증의 점괘’ 역할을 톡톡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윤성규 편집장 sky@di-focu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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