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國格 상승 만큼 내실도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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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 내년 11월에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지로 확정됐다. 우리나라가 의장국 자격으로 개최하게 되는 정상급 국제회의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일각에선 G20 정상회의 유치를 국제 금융구도의 중대 변화를 뜻하는 것이며 지난 88올림픽 정도의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0년 전 국제 무대의 변방국 일원으로 이준 열사가 느꼈을 열패감을 한 번에 씻을 수 있는 외교사적 쾌거”라고 의미부여했다. 100년 만에 국제 외교 무대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좌표를 옮긴 역사적인 사건이다.

 G20 정상회의가 가지는 의미도 크다. 그동안 세계 경제의 패권은 미국·영국·일본 등 극소수 서방 선진국이 주도하는 G8이 주도했다. 그러나 G8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국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G8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세계 경제 다각화로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전 세계의 55%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과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 등이 참여하는 G20은 세계 경제의 85%를 차지해 G8을 대체할 회의체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체제로 출범한 G20정상회의는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앞으로 매년 개최되는 상설 최고협의체로 격상됐고 ‘G8 대체’라는 명분도 얻었다.

 G20 정상회의 유치는 이 대통령이 그 간 G20 정상회의에서 발휘한 리더십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 워싱턴 회의에서 1년간 무역 및 투자 장벽을 동결하자는 이른바 ‘스탠드 스틸’을 제안해 논의를 주도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저지했고 올 4월 런던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경험을 공유해 부실자산 처리에 대한 국제원칙을 도출하는 데 기여했다. 또, 치열한 외교전의 승리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해 워싱턴 회의 직후 G20 기획조정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G20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외교역량을 집중해왔다. 사공일 위원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한국 유치에 전력을 기울였다. 특히, G20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일본·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유치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얻은 쾌거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제조업과 IT, 그리고 수출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온 대한민국은 이제 ‘받는 나라’에서 ‘지원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선진국과 신흥경제국 간 조율에 노력해 온 우리나라는 G20 정상회의 유치로 국제사회에서 중재자, 균형자, 조정자로 부상했다. 국격 역시 몇 계단 상승하는 효과도 거뒀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조정자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선 더 큰 내공이 필요하다. 지난 1996년 우리나라는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됐다. 축하의 샴페인을 터뜨리기 무섭게 외환위기가 닥쳐 어려움에 빠졌고 환율에 따라 국민소득 2만 달러와 3만 달러 국가 사이를 오가기도 했다. 이제 기쁨은 잠시 접어두자.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월드컵 4강 신화’가 더는 신화가 아닌 평소 실력이 될 수 있도록, 대규모 국제회의 유치를 일상 다반사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실을 좀 더 다지자.

주문정 그린오션팀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