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에코포인트와 개별소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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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세기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일본 민주당은 경제 살리기와 관련해 고민에 빠져 있다. 자민당 정권이 경제회복의 일환으로 도입한 가전 에코포인트·자동차 구매보조 등 두 제도의 존폐 여부를 놓고서다. 두 제도의 일몰시점은 내년 3월 말이다. 수혜 대상이 올해 말 이전 제품 구매자로 한정되므로 사실상 제도의 수명은 3개월 정도 남은 셈이다.

 2009년 추경예산으로 편성한 두 제도의 사업비는 총 7000억엔(약 9조2000억원). 에코포인트가 실시된 시점이 올 5월 15일이니 새 정부가 제도를 1년 연장하려면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복지향상에 돈 쓸 일이 많은 새 정부에는 큰 부담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제도 연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재무상에 내정된 후지이 히로히사 민주당 최고 고문은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언급하며 이달 들어 여러 차례 제도 연장 가능성을 밝혔다.

 두 제도의 실시로 유발된 경제효과는 컸다. 지난 2분기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여기에는 GDP의 6% 정도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3분기 만에 플러스가 된 게 원동력이 됐다. 이 중 에코포인트 효과는 두드러진다. 에코포인트란 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 구입자에게 구매금액의 최대 10%를 포인트로 되돌려주는 제도다. 대상 품목은 디지털TV, 냉장고, 에어컨 등 3종이다. 46인치 LCD TV를 구입했다면 3만6000포인트를 돌려 받는다. 포인트 1점은 1엔의 가치다. 추후 전국에서 통용되는 상품권으로 교환하거나 다른 에너지 절약 가전제품을 살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제도 시행 효과로 일본 내 지난 7월 평판TV 출하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나 늘었다. 정부가 에코포인트 제도를 도입한 5월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이기도 하다. 베이징올림픽을 목전에 둔 작년 7월 일본에서 평판TV 수요는 크게 늘어 30% 전후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서 올해 다시 41%가 성장했으니 경이적인 기록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에코포인트 신청 건수는 7월 접수 이래 두 달간 185만2450건에 달한다. 제도 시행의 위력이 느껴진다.

 일본이 소비진작을 위해 가전제품의 구매부담을 줄여준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종부세, 법인세, 상속세 등에서 발생한 세수감소분을 메우기 위해서 개별소비세 카드를 빼든 셈이다. 정부는 개별소비세 부과 이유를 에너지 절약 목적이라 설명하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다. 이변이 없다면 내년 4월부터 대용량 냉장고와 에어컨, TV, 드럼세탁기 등 4종의 가전제품을 살 때 소비자는 5%의 개별소비세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제품당 평균 추가 부담금액은 10만∼15만원 수준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에코포인트 제도를 연장하려는 일본, 소비진작 목적으로 가전하향을 확대 실시중인 중국, 에너지 절약의 이유를 들어 가전제품에 추가 과세하려는 우리나라 중 과연 누가 거꾸로 가는 것일까. 정부는 지금도 말한다. 출구전략을 쓸 만큼 경기가 회복된 것은 아니라고.

 최정훈 국제부 차장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