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조선이 우리나라의 효자산업임을 공고히 하는 한 해였다. 수출액 431억 달러로 국내 총 수출액의 10%를 넘어 자동차, 반도체를 제치고 1위가 됐다. 그 중심에는 바로 세계 조선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있다. 이러한 힘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리고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선박 건조 현장을 찾아 세계 1위의 토대와 1위 수성을 향한 끊임없는 변화의 노력을 확인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초가을이지만 거대한 넓이의 현대중공업 야드장(선박 건조장)은 오후 4시가 지났어도 여전히 뜨거운 여름이다.
야드장 한 켠에서 선박으로 조립될 거대한 블록이 수십개의 바퀴가 달리 차량에 얹여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차량 운전자는 운전대 옆에 설치된 무선통신 단말기와 모니터로 다른 차량의 이동 경로와 이동시간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고 받는다. 차량 밖에는 또 한 명의 작업자가 다자간 무선통신으로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대처한다. 이 모든 정보를 파악해 명령을 내리고 조정하는 통합 관제센터에 올라가니 블록의 현재 위치와 이동이 스크린으로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블록의 크기와 현재 놓여진 위치정보까지 하나하나 파악하고 있었다.
센터에서 이를 지켜보던 장지황 1야드기술관리부장은 “2500개 이상의 블록을 필요한 위치에 정확히 배치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블록운반 실시간 관제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과거 70% 정도의 관제 수준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적 기업 현대중공업에 있어 IT접목은 그리 낯선 사실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ERP, 3D설계(CAD)를 이용해 설계, 생산을 효율적으로 지원해왔다. 2010년에는 제품 설계부터 생산, A/S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시스템도 가동에 들어간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최대 관심은 일류에서 초일류로 발전해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일이다. ‘조선+IT융합’이 현대중공업 생산 현장에 거세게 불고 있는 이유다.
현대중공업의 IT융합은 크게 ‘디지털쉽야드 구축’과 ‘스마트쉽 건조’, ‘U-세이프티&시큐리티’로 대표된다.
디지털쉽야드(Digital Ship Yards)의 핵심은 이동성이 고려된 고속 대용량의 무선 통신망. 현장에서 확인된 현장 작업자간 다자간 통신처럼 현대중공업은 전 생산 야드에는 오는 23일 와이브를 개통해 장비간 통신, 작업자간 그룹 통신, 현장 품질관리, 자재관리, 블록관리 등에 활용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현장에서 사용하는 무전기, TRS, PDA, 휴대폰 등 각종 무선기기도 하나로 통합돼 공급된다.
또한 GPS, RFID 등 측위정보 기술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 야드에서 제작 중인 구조물과 선박 블록, 자재 및 장비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블록의 배치관리를 체계화해 선박 건조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가고 있다.
스마트쉽 분야에서는 선박의 고부가가치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기존 개별적인 선박내 IT기자재의 통신방식을 통합한 선박네트워크(SAN : Ship Area Network)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독자적인 이 기술을 앞세워 선박 내 통신망 기술의 국제 표준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U-세이프티&시큐리티에서는 크레인간 충돌을 사전에 경고하는 ‘크레인 충돌방지시스템’과 작업자들의 안전, 건강, 유해환경을 자동 경보하는 ‘u-세이프티 시스템’을 개발해 2008년 말부터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정왕식 조선안전팀 부장은 “선박을 주문하는 해외 선주들은 야드장내 안전이 곧바로 품질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현재 3도크 3대의 크레인에 적용하고 있는 충돌방지시스템은 내년 상반기까지 16대 크레인 전체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조선 경쟁력 유지의 최대 복병은 중국이라 한다. 실제 중국 조선은 2007년의 경우 수주량에 있어 한국을 3.5% 차로 바짝 추격했고 올 들어서는 월별 수주량 통계에서 중국이 앞선 경우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저렴한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에 대해 IT융합이라는 기술 우위를 핵심 전략으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초일류 현대중공업이 버티고 있는 한 한국의 세계 조선 1위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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