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원자력 하면 방사능이 먼저 떠오른다.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건의 영향이다.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만 봐도 원자력의 위험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물론 원자폭탄이나 원자력발전 모두 핵분열 원리를 이용하는 건 같다.
하지만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원자력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설명이다. 가령 우라늄이 폭발하려면 농축도가 100% 가까이 돼야 한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우라늄은 2∼5% 정도로 농축한 것이라 폭발의 위험성은 없다는 설명이다. 일순간에 핵분열을 일으켜 폭발하는 핵폭탄과 달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우라늄은 저농축이라 핵분열 시간과 양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해도 5중 방어벽으로 이뤄진 격납용기 안에 완전히 갇히도록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안전성이 최대 걸림돌=논란을 빚어온 폐기물 처리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6월 지식경제부는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하 방폐장) 건설 목표를 당초 준공 일정인 2010년 6월에서 2012년 12월로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예상보다 해당 부지의 암질 등급이 낮아 폐기물 처분을 위한 동굴을 뚫는 과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폐장 건설 비용도 당초 1200억원에서 1900억원으로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방폐장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과 환경연합·청년환경센터·환경정의·생태지평 등 환경단체들은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이 들어설 부지가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조 의원과 환경단체는 “방폐장 결정을 위한 부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주에서 방폐장 부지로 결격 사유인 단열대, 파쇄대 등 불량 암반 상태가 재차 확인됐다”며 “추가 세부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고 일단 부지를 선정하고 보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핵 폐기물에 대한 문제는 이웃 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재 롯카쇼무라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의 저장 능력은 우라늄 양으로 환산하면 3000톤에 불과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저장량이 2500톤에 육박해 앞으로 500톤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롯카쇼무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최악의 경우 일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선결되야 하는 이유다.
◇청출어람=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준공됐다. 1968년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을 발표한 지 10년 만이다. 25년이 지난 1993년 5월에는 중국 광동원전 운영정비 기술지원을 수행하면서 해외 첫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원전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20기로 세계 6위의 원전 보유국이자 최고 수준의 원전 운영기술을 갖추고 있다. 1000㎿급 한국표준형 가압경수로인 OPR1000을 개발해 건설,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은 독자적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한 1500㎿급 국산 대형 원자로의 표준상세설계를 2012년까지 개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표준설계인가를 받을 경우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구매자만 결정되면 별도의 허가 없이 원자로 건설이 가능해진다. 이 원자로는 3세대 원전인 APR1400보다 경제성·안전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고유 원천기술을 적용한 토종 노형으로, 2022년 첫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건설하기로 한 10기 원전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원자로 핵심부품인 원자로냉각재펌프(RCP)도 국산화, 10기 기준 약 675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원전 기술의 척도인 원전 설계핵심코드도 2012년에 소유권을 확보, 원전설계 및 해외수출의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설계핵심코드는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소 설계 시 외국의 프로그램에 의존함에 따라 원전 해외수출 시 제약요인으로 작용해 왔지만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수출이 가능해진다. 현재 자체 설계핵심코드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아레바의 단 2곳에 불과하다.
우수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원전을 본격적으로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 세계 유수의 원전 공급사들이 소위 원자력 르네상스로 불리는 원전 부흥기에 대비해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해외진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또 일부 원천기술 미확보로 원전 도입국이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내걸 경우 외국 공급사들의 협력이 전제돼야 하고, 원자로 냉각재펌프, 계측제어계통 등 핵심기술은 아직도 외국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전산업체계만 해도 외국은 설계·제작·연료공급 등이 일원화돼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설계(KOPEC), 기자재 제작(두산중공업), 연료 공급(한전원자력연료), 유지보수(한전KPS) 등으로 분리돼 있으며 공기업 형태로 사업개발을 해야 하는 한계도 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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