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더딘 소비 회복세가 국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 소비 회복 지연이 오히려 국내 IT 기업에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역발상’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토러스투자증권 이원선 연구원은 3일 ’미국 소비회복, 느려도 좋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IT 업종은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진보하는 특성이 있어, 오히려 미 소비가 회복돼 경기가 나아지면 후발 업체가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 현재 선두 자리를 점하는 한국 IT 기업에 불리한 상황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분야의 주류인 DDR3를 50나노 공정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세계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뿐이고 경쟁 업체인 마이크론은 이제 50나노 DDR3제조 공정을 50%까지 진척시킨 수준”이라며 “이런 격차는 지난 2~3년 투자가 가능했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 발생한 결과로 투자 여부에 따라 산업 내 판도가 바뀌는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시장 내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보유 현금을 재투자해 50나노 공정을 넘어 40나노 공정에서 DDR3 생산을 위한 설비 증설에 착수한 상태다.
그는 “만약 이러한 시점에서 미 경기가 빠르게 회복돼 IT 부문의 소비가 늘어나면 후발업체가 현금 유입을 통해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돼 선두에 있는 한국 IT 기업에 당연히 불리한 상황이 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한국 IT 기업 입장에서는 미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되 너무 빨리, 뜨겁게 달궈지지 않는 것이 후발업체들의 추격 속도를 늦춰 승자 위치를 견고히 할 기회라고 이 연구원은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의 내구재 출하 및 신규 주문 데이터를 보면 IT 부문의 반등이 눈에 띄지만 절대 금액 측면에서 2005~2008년 평균보다 6.5% 낮은 수준이다. 또 신규 주문이 회복되고 있으나 아직 2005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 흐름을 보면 방향성은 전환됐지만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다”며 “아직은 정상화 과정이 진행 중인 단계라 한국 IT 기업에 긍정적이지만, 향후 투자의 적합성에 따라 승자 서열이 단기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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