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의 원동력, 녹색기술] 기후변화·고유가 파고 넘어설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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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으로 100만㎾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는 0.6㎢의 크기의 발전소면 충분하다. 이를 풍력발전으로 대체하려면 어떨까. 풍력발전기 사이에는 일정 공간을 둬야 하는 탓에 총 30㎢의 부지가 필요하다. 무려 원자력발전소의 50배다.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 100만㎾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75㎢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의 고효율 측면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수치지만 원자력이 기존 화력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가지는 장점은 이 외에도 많다. 원자력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h 당 10g에 불과하다. 석유(782g)나 석탄(991g)을 이용하는 화력발전과 비교하면 기후변화 및 고유가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꼽힐만 하다. 발전 원가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0% 정도로 낮다. 그러나 사용한 핵연료의 군사적 목적 이용이나 안전성 문제, 원자력발전에 사용한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은 아직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원자력, 기후변화의 현실적 대안=2007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 의존도는 35% 수준이다. 63%인 화력발전 보다는 낮지만 이미 상당량의 전기를 원자력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경제성은 턱없이 낮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원자력 발전 비율은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해 발전량 기준 현재의 36%에서 59%로 높인다는 목표다. 이처럼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현재 원자력 발전은 전 세계 발전량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103기로 가장 많은 원전을 보유하고 있고 프랑스 59기, 일본 54기 등 세계 31개 국가에서 총 443기의 원전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원전 비중을 높이자 관련 기술을 국산화 비율을 높여 수출산업화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자력 기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한국전력기술은 지난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AP1000’ 프로젝트 종합설계 용역을 제공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6년에는 벡텔과 640만달러 규모의 기술지원 용역 계약도 맺었다. 벡텔이 건설할 원자력발전소 및 화력발전소의 설계를 한국전력기술이 담당키로 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국내 원전 역사를 감안하면 불과 수십년만에 기술 수출국으로 거듭난 셈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300기의 원전이 신설될 전망이다. 원전 1기당 계약액이 2조∼3조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600조∼900조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한국의 원전건설 기술은 미국이나 프랑스의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낮고 30년간 무사고로 운영 실적으로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어느 때보다 한국형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폐기물처리 문제는 숙제=지난 7월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과 환경연합, 청년환경센터, 환경정의, 생태지평 등 환경단체는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이 들어설 부지가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조 의원과 환경단체는 “방폐장 결정을 위한 부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폐장 부지로는 결격사유인 단열대, 파쇄대 등 불량 암반 상태가 재차 확인됐다”며 “추가 세부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고 일단 부지를 선정하고 보완을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지식경제부는 경주 방폐장 건설 목표를 당초 준공일정인 2010년 6월에서 2012년 12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보다 경부 부지의 암질등급이 낮아 처분동굴을 건설하기 위한 1.9㎞의 건설동굴과 1.4㎞의 운영동굴을 뚫는 과정이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사성 방폐장 건설 비용도 당초 1200억원에서 1900억원으로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방폐장 안전에 대한 의구심도 덩달아 늘어났다는 점이다. 핵 폐기물에 대한 문제는 이웃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재 롯카쇼무라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의 저장 능력은 우라늄 양으로 환산해서 3000톤에 불과하다. 지난 3월말 기준 저장량이 2500톤에 육박해 앞으로 500톤 정도의 저장량 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롯카쇼무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최악의 경우 일부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향후 원자력 발전량을 늘려 깨끗한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방폐장과 같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가 선결되야 하는 이유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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