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정상궤도 진입 실패]"실패는 우주강국 가는 밑거름"

 “실패도 자력발사를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

 나로호 발사실패로 우리나라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우주 상공에 날리게 됐지만 우주과학 기술 습득의 수업료인만큼 연구진을 질책하기보다 격려하고 차분하게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나로호 발사는 2018년 순수 우리기술로 쏘아질 국내 최초의 자력발사체 ‘KSLV-Ⅱ’의 성공을 위한 징검다리로 그동안 우리가 습득할 수 없었던 고급기술과 정보를 입수하는 계기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완벽하게 대비하면 더 많은 우주과학 관련기술을 얻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연구개발에서 실패는 당연한 것이며 다만 실패에 꺾이지 않고 새롭게 일어서야 한다면서 연구진의 심기일전을 주문했다.

 박원훈 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은 “국민들의 아쉬움은 당연한 것이고 연구진의 허탈감은 더 클 것”이라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더욱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일 전 과기부 차관(이화여대 교수)도 “이번 나로호 발사는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떠나 새로운 단계로 가는 첫 실험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며 “차근차근 한 발씩 나아간다고 보면 이번 발사실패는 우주강국으로 가는 작은 한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우주공학자들도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권세진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이번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9개월 뒤 쏘아 올리게 될 나로호 2차 발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국민들도 인내심을 갖고 성원해줘야 우리가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권 교수는 지난해 11월 달 표면에 20㎏ 이상의 물체를 착륙시킬 수 있는 소형 달착륙선 개발한 바 있다.

 발사장면에 환호했다 불과 한 시간 만에 탄식했던 국민들은 내년 발사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발사장면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고흥군 주민 김갑석씨는 “선진국도 발사 성공 확률이 30% 미만이라는데 처음 쏘아서 그 정도면 잘한 것”이라며 “이번 일을 경험 삼아 내년에는 기필코 성공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발사를 보기 위해 고흥을 찾았던 김수연씨는 “나로호가 하늘 높이 솟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소리치며 응원했는데 실패라는 소식을 듣고 너무 실망이 컸다”며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해 내년에는 꼭 성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6일 열린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많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발전하는 나라다. 첫 위성이 반 정도 성공한 것도 길게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위성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실망하지 않고 더 힘을 내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의 어깨를 다독였다.

 2009년 나로1호는 ‘절반의 성공’으로 막을 내렸지만, 우주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꿈을 하나로 모으기에 충분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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