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정상궤도 진입 실패] 긴박했던 KAIST·나로우주센터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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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지난 25일 밤 한국의 첫 발사체 ‘나로호’에 탑재된 과학위성 2호의 위치 파악이 되지 않자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늦은 밤 페어링 분리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두들 얼굴빛이 굳어갔다. 이어 교과부의 함구령도 하달됐다. 어떠한 언론 코멘트도 하지 말라는 지시로 인해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는 침통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실낱 같은 희망이 있어 위성관제 및 운용센터 연구원 20여 명 전원이 비상 대기하며 위성 및 탑재체 상태 정보를 수신할 2.2기가 대역의 3.7m짜리 S-밴드 송수신 안테나를 점검하는 등 위성 교신을 준비했다. 교신준비를 할 필요가 없으니 모두 퇴근하라는 이야기도 일부에서 돌았지만 연구원들은 퇴근하지 않았다.

 8년간 노력한 결과에 대한 허탈감으로 망연자실한 연구원 모습도 보이긴 했지만 지난 2003년 과학기술위성 1호를 잃어버렸다 찾은 경험을 가진 박성옥, 이종국, 박홍영 연구원과 우리별 3호를 제작했던 강경인 실장을 비롯해 이상현, 김경희, 이성호 연구원 등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이들도 다음날인 26일 오전 3시 30분까지 버티다 모두 퇴근했고, 일부만 남아 오전 4시 25분께 쓸데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데이터 수신장치를 켜고, 안테나를 돌렸다.

 강경인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실장은 “위성의 궤적 정보를 얻지 못해 교신 시도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서도 “수신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저장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몇 시간 뒤 다시 만난 강 실장은 교과부의 발표를 함께 보며 “우주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그만큼 험하고 멀다는 방증”이라며 연구실로 총총히 돌아갔다. 

 ◇나로우주센터=25일 궤도진입 실패 이후 원인 파악으로 밤을 새운 나로우주센터 연구원들은 결국 과학기술위성 2호가 소멸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면서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동시에 실패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성 보도가 나오자 비보도를 전제로 과학기술위성 2호가 보내온 영상을 부분 공개하기로 결정, 이를 기자들에게 일부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페어링 한쪽이 남아 있는 사진이 선명하게 찍혔고, 1단과 2단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사진도 담겨 다른 의혹을 해소했다.

 25일 오전 브리핑을 마친 후 보도진이 삼삼오오 센터를 떠나기 시작하면서 2주 넘게 뜨겁게 달아올랐던 나로우주센터의 취재열기도 가라앉았다. 연구원들은 나로호 발사 및 과학위성 2호의 문제점 검토에 들어갔다.

 대전=박희범·신선미·고흥=권건호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