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1위 향한 첫걸음 성공적,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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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익 LG전자 사장(55)을 만난 지난 14일. 기자가 방문한 늦은 오후 시간에 공교롭게도 사무실 앞에 ‘따끈한’ 상품 하나가 배달돼 있었다. 호기심을 못 이겨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강 사장은 주저 주저하더니 결국 옆 사무실로 안내해 제품을 보여 주었다. 의외였다. TV 시장에서 ‘한물간 상품’으로 취급받는 브라운관 TV였다. 그것도 주류인 40인치대에 비해 절반 이상이 작은 14인치 브라운관TV였다.

그러나 디자인이 남달랐다. 복고풍의 깜찍한 스타일이 눈을 확 사로잡았다. 항상 서 있는 ‘오뚝이 리모컨’도 눈길을 끌었다. 주변에서는 ‘빈티지TV’로 불렀다. 대뜸 강 사장은 “팔릴 것 같아”라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중국 법인에서 생산했는 데 제품이 독특해 바로 공수했다는 설명이다. 엔지니어 사장이 수두룩한 전자업계에서 강 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제품이 좋을 때 고객에게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늘 강조한다. 제품을 차별화해야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확고한 지론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TV 명가’로 불리는 소니를 매출 기준으로 처음으로 제쳤다. 2분기에는 ‘소니 텃밭’으로 불리는 LCD TV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게다가 2∼3% 영업이익률이 대세인 시장에서 5%을 달성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강 사장은 “‘진짜’ 1위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이제부터가 LG전자 TV 신화의 시작”이라고 힘줘 말했다.

-2분기 수익률이 5%대로 껑충 뛰었는데, 비결이 무언가.

▲2007년 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역점을 두었던 게 세 가지다. 제품 리더십 확보, 마케팅 능력 배양, 재고 관리였다. 세 가지가 충족돼야 사업 체질이 바뀌고 체질이 변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다. TV는 전통적으로 패널 등 부품 의존도가 강한 사업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갖춰야 한다. 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마케팅 능력도 뒷받침해야 한다. 재고는 결국 비용이다. 건실한 사업 구조를 위해서는 재고를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2년 전부터 전사 차원에서 공을 들인 게 이제야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분기에 소니를 눌렀다. 1위 자리도 멀지 않은 듯 하다.

▲소니에 연연하지 않는다. LG는 늘 1위를 바라보며 뛰어 왔다. 1위 자리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수량, 판매 대수에서 1위, 매출 1위, 브랜드 1위, 인지도 1위, 좁게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1위 등 수많은 ‘1위 타이틀’이 있다. 이 모든 부문에서 1위 자리에 올라야 확실한 1위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떤 TV업체도 진정한 1위에 올랐다고 말할 수 없다. LG는 진짜 1위를 위해 뛰고 있다.

-TV사업을 정의하면.

▲TV를 포함해 소비재 제품(CE) 비즈니스의 속성은 비슷하다. 기업은 가장 먼저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가격은 상대적이다. 고객이 주는 가치에 따라 가격은 결정된다. 최고 제품을 만들 때 소비자는 아낌없이 주머니를 연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으면 이를 잘 팔아야 한다. 바로 마케팅 능력이다. 마케팅은 전방위로 이뤄져야 한다. LG 내부적으로는 이를 ‘360도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특정 채널, 특정 소비자, 특정 미디어에서 단편적으로 진행하는 마케팅은 효과를 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제품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전폭적으로 마케팅이 이뤄져야 성과도 크다.

-TV 미래는.

▲‘단품 TV’ 시대는 끝났다. 안방과 거실에 덩그런히 자리를 차지하는 TV는 설 자리가 없다. TV가 네트워크로 묶이고 있다. 인터넷과 만나고 통신 기능도 지원한다. 벌써 IPTV·브로드밴드TV처럼 컨버전스형 제품이 나오고 있다. 콘텐츠 중요성도 날로 높아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TV를 보는 형태도 바뀔 수밖에 없다. LG가 TV사업을 전담하는 ‘디지털 디스플레이(DD)’ 사업부를 ‘홈 엔터테인먼트(HE)’로 교체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위해 구미에 있는 조직을 평택으로 옮긴 데도 컨버전스 시대를 앞서 가자는 배경이 깔려 있다.

-‘PDP 사업 포기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LCD에 비해서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PDP TV가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시장에서 이를 찾는 고정 고객이 분명히 있다. 고객이 있으면 제품을 만드는 게 기업의 숙명이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지난 1분기에 4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도 적자 폭을 37억원으로 줄였다. PDP는 TV대형화로 갈수록 경쟁력이 있다. TV 디자인은 화면을 둘러싼 베젤(테두리)이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제한된 공간에서 더 큰 화면을 요구하고 있다. 자체 발광력이 가진 PDP는 이런 면에서 강점이 있다. 추가 투자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LED TV가 대세라는 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 50만대, 내년 500만대까지 팔 계획이다. 지난 6월 출시한 3360개 LED램프와 24.8㎜ 두께를 실현한 ‘초슬림 풀(Full) LED’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회복하겠다. 시장에서 다이렉트(직하)와 에지 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데 개인적으로는 에지는 이미 기술 정점에 와 있다. 반면에 직하는 아직도 진행 중인 기술이다. 두 방식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

-앞으로 역점을 두고 싶은 분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야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다. 다행히 LG는 수 십 년 동안 TV사업을 이어 오면서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앞으로 TV 비즈니스는 결국 ‘+알파’ 게임이다. 똑같은 제품으로 같은 가치를 준다면 경쟁사를 이길 수 없다. 누가 더 TV에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 있다.

-차세대 TV 상용화 시점은.

▲3D TV 시장은 2∼3년 내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가 문제지만 예상 외로 빨라질 수 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을 보고 OLED TV도 준비 중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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