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시력악화 때문에 지난 6월4일 이후 일기 쓰기를 중단했으며 이후에도 ‘육성일기’를 시도하며 마지막까지 ‘삶의 흔적’을 남기려 했던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DJ측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은 기록의 천재”라며 “김 전 대통령을 간호하던 간호부장에 따르면 마지막 일기를 남긴 6월4일 이후 눈이 침침해지면서 초점이 흐려져 더 이상 글을 쓰기 힘들어졌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DJ는 당시 주변 인사들에게 “눈이 안 보여 더이상 일기를 못 쓰겠다”고 토로한 뒤 비서를 통해 녹음기를 구입, 직접 육성 녹음을 시도했으나 실제 녹음을 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진이 이날 이러한 사실을 접하고 뒤늦게 확인한 결과 녹음테이프에는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아아 마이크 테스트”라는 DJ의 육성만 녹음돼 있었다. DJ는 병원 검진 후 백내장 수술 일정을 잡아 뒀으나 지난달 13일 폐렴 증세로 입원하면서 실제 눈수술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DJ가 지난 6월11일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회에서 안경을 쓰지 않은 채 연설문을 읽어내려 간 것도 실은 시력악화로 안경도수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DJ측이 이날 일기의 일부분만 공개하면서 미공개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일기는 DJ가 2009년 1월1일부터 6월4일까지 친필로 간간이 써내려간 100일간의 일기 중 31일치이다. 지난해 쓴 한 권 분량의 일기도 발견됐지만 이 역시 일단 미공개에 부쳐졌다.
미공개 부분에는 현 정부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적 메시지와 함께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인물평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DJ측은 시국인식 언급 부분 등이 공개되면 자칫 국장의 화합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공개를 유보했다.
최 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유서나 유언이 없느냐는 문의가 많아 기록을 확인하던 중 이희호 여사로부터 일기 두 권을 전달받았다”며 “국장을 치르는 현 시점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과 사적인 내용은 공개대상에서 빠졌으며, 추후 공개 여부와 그 일부를 자서전에 포함시키는 부분을 이 여사 등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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