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세계 일류화를 위해](2부)소재 ①금속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금속소재 무역 동향

 부품소재 산업은 국가 경쟁력의 척도다. 이에 민관은 그동안 부품소재 기술 개발에 끊임없는 노력을 펼쳤다. 그 결과 지난해 전 산업이 133억달러 무역적자인데도 부품 소재는 3년 연속 350억달러의 흑자를 유지했다. 하지만 핵심소재 수입 의존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IT 기업이 고부가의 첨단 제품을 만들수록 소재 수입은 늘고 있다. ‘1부’에서 주력 산업의 부품소재 현실을 조망한 데 이어 ‘2부’에서는 우주항공·로봇·그린에너지 등 미래 첨단 산업을 짊어질 소재 산업 실상과 내재화 방안을 심도 있게 짚어 본다. 금속·화학·세라믹·섬유·기초 원소재 및 희유금속 등 전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소재 산업의 현실과 발전 가능성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명해본다.

 일상생활과 산업 전체에 사용되는 소재에는 금속·세라믹·고분자 3대 소재가 있다. 그중 금속소재는 3대 소재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기반 소재 산업이다. 금속소재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 2007년 70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금속소재 생산 비중은 2001년 30.2%에서 2006년 42.2%로 늘어 금속소재 산업이 전체 소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에 비해 세계 속에 비친 우리나라 금속소재 산업 기반은 매우 초라하다. 지난 1968년 포항종합제철이 설립된 이후 불과 40여년 만에 작년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철강 생산 국가 반열에 올랐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첨단 금속소재 부문 경쟁력이 선진국 대비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 적자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속소재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수입 품목 중에 단순 설비 부족 요인으로 인한 금속소재 품목은 제외하고 산학연이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향후 무역역조가 예상되는 금속소재군을 공동 발굴해 이를 내재화하면 소재 강국의 깃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품소재 흑자 기조 발목 잡아=금속소재 산업은 장기간의 장비·인력·시간투자와 수요처와의 공동개발이 맞물려 하는 산업이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사업화 또는 생산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범용 금속소재는 생산 규모 면에서 세계적이지만 첨단 금속소재 부문은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4∼7년 뒤져 있다. 권혁천 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상당수 국내 기업은 소재를 값싸게 빨리 생산하는 데 필요한 공정개선이나 설비합리화 등에 치중한 반면에 실패확률이 높은 원천기술이나 신소재 개발에 대한 투자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속소재 산업의 수입 증가율은 세라믹·고분자 등 3대 소재 산업 중 가장 크다. 금속소재 산업의 지난해 무역수지규모는 110억달러 적자로 전년 대비 -67% 더 악화한 것으로 정부는 집계했다. 특히 2006년 이후 금속소재의 무역수지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반면에 전체 부품소재 산업은 정부의 꾸준한 부품 육성책에 힙입어 작년 수출 1837억달러, 수입 1488억달러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등 경쟁력 향상으로 부품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그런데 금속소재의 핵심 기술 부재로 해외기업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증대하면서 금속소재가 전체 부품소재 무역수지의 흑자 기조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중국·인도 등 후발국의 추격 속도가 거세지고 있다. 후발국들은 적극적인 기술개발, 대대적인 설비 확충, 대규모 M&A를 통한 기업 규모 확장으로 금속소재 시장에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김병기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박사는 “특히 중국의 추격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고강도 철강 분야에서 일본·유럽과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 격차는 5년 이상인 데 비해 중국과의 격차는 불과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략 품목에 선택과 집중 전략=금속소재 산업은 가임 기간이 IT 산업과 달리 꽤 길다. 금속소재 한 품목을 내놓기까지 10∼20년의 개발 주기가 필요하다. 이에 금속소재 기술 경쟁에서 경쟁국 혹은 경쟁기업에 한 번 뒤지면 따라잡기가 녹록하지 않을 뿐더러 돈과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금속소재 산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선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 필요한 금속소재 원천기술를 발굴하고 이를 집중 개발·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동준 연세대 교수는 “금속소재는 국가 산업과 경제의 기초 체력인 동시에 국가 경제의 도약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산업”이라며 ”소재 성능의 고도화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시장을 선점하는 금속소재 산업의 신발전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루미늄 분야에선 육상수송기기의 핵심 금속소재인 고강도 고성형성 압연판재와 고강도 압출재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 구리 금속소재 분야는 압연 극박제(IT·디스플레이)·고순도 무산소동(발전·송전) 등이 국산화 1순위 품목으로 지목됐다. 비교적 경쟁력이 강한 철강 소재 분야에서도 초고강도 고인성 소재(우주항공·방위산업·해양), 고강도 내열 초내식 소재(발전·화학플랜트·우주항공) 등의 금속소재가 시급히 국산화해야 할 품목으로 거론됐다.

 김영태 두산중공업 상무는 “우주항공·정밀화학 산업용 금속소재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선 학·연의 시제품 개발에서 기업의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8∼10년의 기간이 걸리는만큼 정부가 중장기 시각에서 육성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우 동양강철 상무는 “가공 조립 산업으로 이윤을 챙기는 국가 경제 시대는 이제 끝났다”며 “국내 금속소재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큰만큼 정부는 부가가치 창출을 금속소재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