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GAME] 전문가들이 말하는 `게임의 문화 시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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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게임을 연구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아직 학문과 연구의 영역으로 들어오기에는 게임의 연륜이 짧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 학계에도 게임을 접한 세대가 게임을 연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대표적인 게임연구 1세대가 바로 위정현 중앙대 교수,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이관민 성균관대 교수다. 이들에게 게임이 문화시민권을 얻으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 게임을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할 것 △게임에 대한 과학적인 영향분석이 이뤄질 것 △역사적, 철학적으로 풍성한(Rich) 게임이 다양하게 개발될 것 등을 꼽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45)는 이제 게임은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를 ‘삶의 양식’으로 정의했다. 게임이 문화 시민권을 얻는 것은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위 교수는 역사에 기반한 각종 온라인롤플레잉게임 내 콘텐츠가 실제 인간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최근 연구에서 미국의 많은 청소년들은 영화 속에 재구성된 역사를 실제 역사로 이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영화 만큼 영향력이 큰 국내 온라인 게임회사와 개발자들은 이런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온라인의 경험이 오프라인에 그대로 이어지는 만큼 이들 간 상호연구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교수는 또 “미국의 유명 개발자인 윌라이트는 충분히 상업적인 게임을 개발할 수 있지만 ‘스포어’와 같은 철학이 담긴 게임을 개발했다”며 “국내 개발사들도 게임이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게임을 개발해야 게임이 문화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43)는 기성세대를 향해 “게임을 그저 (기성세대의) 골프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현 세대에 있어 게임은 친목을 다지기 위한 강력한 소셜네트워킹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18세기 상업적 이윤을 목표로 출간된 소설인 방각본(坊刻本) 사례를 들며 당시 방각본을 보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세월이 흐른 후 여인과 아이들의 매체 해독력을 키워준 매체로 재조명받았다고 한다. 게임 역시 그런 진통의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게임이 지닌 지나친 상업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 회사들이 이익 추구에 집착한 게임을 만들다보니 문화 콘텐츠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무엇보다 최근 게임들이 화려한 그래픽과 액션만 있고 그 속에 흐르는 가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미국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인기는 단순히 게임성만이 아닌 그 속에 흐르는 스토리텔링의 힘에서 나온다”며 “무조건 싸워서 레벨을 올리는 게 아닌 영화와 같이 스토리가 살아 숨쉬는 게임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민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과 교수

이관민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39)는 게임의 문화 시민권을 위해 필요한 것은 게임의 부작용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자율적 보완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교수는 “게임이 청소년이나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들이 있다면 과학에 근거해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재단보다는 게임의 어떤 요소, 어떤 부분이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단, 이는 철저히 자율적 절차와 산업적 접근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문제가 있는 부분을 게임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게임은 일종의 미디어인데, 미디어에 대해 선악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그 안의 콘텐츠와 경험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MMORPG는 사회성과 리더십을 훈련할 수 있는 좋은 훈련장이며 게임 내에서 상호작용을 할 때 보상하도록 디자인하는 등 게임의 진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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