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뇌과학, 우리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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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뇌(腦)는 장기 가운데 가장 간사한 장기로 손꼽힌다.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 등을 포함해 금지약물이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심지어는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온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유혹에 쉽게 빠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지도 결국 뇌에서 나온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사랑하라”고 했다. 머리와 마음은 철학적 구분일 뿐 이 역시 뇌의 통제하에 있다.

 성인의 뇌무게는 남자가 평균 1400g, 여자가 1250g 정도다. 이 작은 장기가 50∼60배나 되는 육체를 지배한다. 이게 끝은 아니다. 뇌에 축적한 지식의 무게는 무한하기 때문에 생물학이나 의학적으로는 도저히 구명이 안 된다. 그래서 뇌는 간사한 장기지만 가장 신비로운 장기기도 하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게 뇌과학이다. 1990년대 초부터 미국과 일본 등에서 뇌의 신비를 밝히고자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종전의 탐구방식으로는 지성과 감성, 의식과 무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간의 뇌를 총체적으로 구명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연구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관련 서적도 봇물을 이룬다. 다수의 석학도 배출됐고, 다양한 이론도 등장했다.

 뇌과학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최근 들어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눈에 띈다. 일본의 대형 광고기획사 하쿠호도는 최근 사내에 ‘브레인브리지바이올로지’라는 뇌과학 산업화 전문조직을 만들었다. 뇌과학을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뇌파나 뇌의 혈류량 변화를 토대로 소비자의 심리를 분석,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서 개발된 상품과 광고모형은 기업에 팔려나간다.

 NTT데이터경영연구소 역시 최근 벤처창업 지원회사인 ATR프로모션, 뇌과학 연구기관인 뇌기능연구소 등과 제휴했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힘을 모아 뇌과학 컨설팅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모두 학문적 연구 수준에서 벗어나 연구성과를 실제 시장과 산업에 적용, 남들보다 앞서 새 시장을 열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일본답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사업성이 무궁무진한 이 블루오션에 더 일찍 뛰어들었어야 했다며 자성한다. 구미 국가에 비해 산업적용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다.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아직 우리 대학에 뇌과학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학과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몇몇 대학원에 관련 과정만 개설돼 있을 뿐이다. 구미나 일본에 비해 큰 격차를 보인다. 지금 우리가 잘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관련 분야는 본래 미국과 일본에서 먼저 연구가 시작됐다. 그들 국가에 비해 시작은 늦었지만 산업적 활용도 면에서 그들을 앞선다. 이웃나라 일본도 이를 부러워한다. 자연과학 분야에선 선후발 주자 간 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인문사회과학 분야는 사정이 다르다. 비록 후발주자라 하더라도 어떻게 얼마만큼 노력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리 늦지 않았으니 우리도 좀 더 속도를 내보자.

최정훈 국제부 차장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