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가 있다. 이들이 사는 곳은 서울·부산·안산 등 제각각이다. 그런데 별일 없으면 매일 저녁 만난다. 주말에는 반나절 이상 함께 자리를 한다. 모여서 대화만 하는 게 아니다. 음식을 만들고 과일도 따고 가끔은 길쌈도 한다. 올망졸망 모여살던 조선시대도 아니고 21세기에 대체 무슨 해괴한 소리냐고?
그 주인공들은 장남 김해용(45 서울), 차남 김석용(42 부산), 장녀 김은주(40 안산), 차녀 김춘애(38 서울), 막내 김창용(35 안산)씨. 희한한 5남매의 비밀은 바로 온라인게임에 있었다.
“우린 모두 온라인게임 아이온을 합니다. 예전엔 한 달에 전화통화 한 번 하기도 힘들었는데 게임을 하면서 거의 매일 만나게 됐죠. 남매간의 우애를 높여준 일등공신이 게임입니다.”
첫째 해용씨의 말이다. 5남매가 즐기는 아이온은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 내에서 적과 싸우고 농경이나 채집, 각종 물품 제작과 교환 등 현실과 거의 비슷한 삶을 보여준다.
5남매는 ‘목동큰형’ ‘꺼져줄래여’ ‘이슬만먹는다’ ‘노숙자아즘’ 등의 이름으로 게임 속 사회에서 똘똘 뭉쳐 모험을 즐기고 부를 축적해 나간다.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도와주기도 한다. 가히 게임 즐기는 독수리 5남매라 할만하다.
5남매가 게임을 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같은 온라인게임을 같이 모여 즐기는 것은 기네스북 감이다. 이들은 원래 각자 게임과 인연이 있다. 첫째 해용씨는 리니지2를 즐기다 아예 게임 속에서 만난 여자를 실제 아내로 맞아들였다. 셋째 은주씨는 몸이 아파 일주일에 세 번 병원을 가고 평소때는 누워있기만 했는데 삶의 활기를 찾아준 계기가 게임이라고. 넷째 춘애씨는 PC방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아이온이 나오자 은주씨와 춘애씨 둘이 먼저 시작을 했고 하다보니 재미에 빠져들어 오빠와 동생까지 5남매가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게임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하느냐’인 것 같아요. 아는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하면 공통의 화제와 목표가 생기죠. 사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게임을 통해 우리 5남매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은주씨는 게임이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성인들에게도 매우 효과적인 소통의 장이라고 추천했다. 특히 MMORPG는 개인보다는 팀을 만들어 즐기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친밀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통한 남매간 친분은 아이들로까지 이어졌다. 춘애씨는 “엄마가 삼촌들이나 이모와 게임 속에서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두 딸들이 부러워한다”며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서 게임을 떨어뜨리려고만 하는데 적절히 스스로 제어하면서 함께 즐기면 게임만큼 좋은 대화의 매개체도 없다”고 확신했다.
가족이라도 살가운 대화없이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이들 5남매가 살아가는 방식은 재미와 기발함 그 자체다. 게임을 즐기는 5남매는 자신있게 목소리를 높인다.
“선입견을 버리고 일단 한번 해보세요.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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