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18일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 발사와 관련, “한국 정부는 비확산과 관련한 많은 국제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책임있는 태도로 우주발사체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위성탑재 로켓이라며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경우와의 차이점을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은 국제협약을 지키면서 매우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우주발사체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국제협약을 준수하지 않은 북한의 경우와는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발사를 북한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한국 외교통상부의 공식 입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반응이다.
나로호 발사를 두고 최근의 안보정세에 비춰볼 때 동북아 안보균형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선을 긋고 한미 양국 정부간 조율에 입각한 대응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나로호 발사를 계기로 동북아 역내 긴장을 통제하는 미국의 노력이 더욱 요구될 뿐 아니라 향후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논란 등 여러 문제들을 노출시킬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18일자 기사를 통해 확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미국의 우방인 한국이 우주발사체 발사 이유를 과학적 목적때문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레그 틸먼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전략무기 확산담당국장은 “순수하게 비확산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나라든 탄도미사일을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때는 그 자체가 관심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2001년 한미미사일 지침에 따라 사거리 300㎞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는 일종의 ‘미사일 정책선언’을 한 바 있지만, 최근 한국에서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과 맞물려 미사일과 동일한 기술이 수반되는 우주발사체 발사를 추진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은 “한국 정부가 순항 미사일 제한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 프로그램 추진 과정에서 한미간의 ‘갈등’이 있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수년전 “새로운 위성발사기술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정책기조에 따라 한국 정부의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억 달러를 들여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지난 2006년 러시아측의 한국으로의 로켓 기술이전을 제한하고, 러시아가 기술의 사용을 모니터하도록 하는데 개입했다고 한국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이와 관련, 한국 교육과학기술부 당국자는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했기 때문에 러시아 기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가격 등 다른 조건들때문에 러시아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미국 연구기관 비확산정책 교육센터의 헨리 소콜스키 대표는 미국 정부는 남아공, 호주, 이스라엘,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대한 제재로 이어질 수 있는 미사일 비확산정책을 서서히 완화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 행정부는 북한의 ‘거리낌없는’ 미사일 실험과 한국의 순항미사일 개발 노력에 따른 역내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정교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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