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격차(디지털 디바이드)가 빈부격차를 고착화하는 것 아닌가요? 또 온라인에 매몰되면 인간관계 형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보고를 하기 위해 청와대에 간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광운대 총장)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김 전 대통령은 IT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여기면서도 이에 따른 역효과를 우려할 정도로 남다른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이상철 총장은 가난의 대물림은 해소가 어렵지만 정보 격차는 정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고 정보화로 오히려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인터넷 공간에서 맺을 수 있는 무한한 인간관계가 오히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게 해줄 것이라고 김 대통령에게 대답했다.
이 총장은 “대통령이 당시 고개를 끄덕이시며 IT가 발전해야 나라가 부흥한다고 강조하셨다”며 “우리나라의 IT 경쟁력을 자랑스러워하셨고 부가가치가 큰 IT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이상철 총장은 지난 2002년 정통부 8대 장관 자리에 올라 국민의정부 IT전략을 이끌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IT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된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IT정책 추진에 적극적이셨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특히 국민의정부 시절 초고속인터넷 보급 확대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IT를 이해하고 IT에 힘을 실어준 대통령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김 전 대통령 재임 때 시작됐던 초고속인터넷 관련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2008년 말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80.6%)을 달성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총장은 “초고속인터넷 관련 행사에도 직접 오시고 낙도에 온라인 교육 현장도 시찰하셨다”면서 “정부 주도로 초고속인터넷 확대 기본계획이 추진되면서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IT투자도 이 시기 대폭 늘어났다. 정부가 투자를 강요하기보다는 투자로 사업자들이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IT에 투자해야 고용이 늘어난다는 대통령의 인식 아래 IT가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까워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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