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국내서도 중고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기차 전문업체 레오모터스(대표 이정용)는 지난주부터 혼다 시빅과 닛산 큐브의 엔진을 들어내고 전기차로 개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일본에서 중고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수요가 급증하자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차량개조에 필요한 부품주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우선 대중적인 일제 자동차 2개 모델을 다음달 말까지 전기차로 개조해서 일본으로 선적해 보낼 예정이다.
국산부품이 장착된 전기개조차는 일본 현지에서 친환경 바람을 타고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중고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할 경우 3∼4년 운행하면 기름값으로 개조비용을 뽑을 수 있다. 이미 일본 정부는 1급 자동차정비소에서 중고차량을 순수 전기차로 개조하는 구조변경을 허락하는 법안을 다음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전기차 개조에 관대한 미국, 일본의 경우 수명이 다한 자동차를 친환경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례가 수십만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국내서는 중고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해서 일반인에게 판매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기존 자동차에 전기모터를 장착하는 행위를 중대한 구조변경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전기개조차의 경우 기존 차량과 다른 차종으로 간주하며 안전을 위해 반드시 별도의 자동차 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모든 차종마다 전기차로 개조할 때 새로 성능검사를 거칠 경우 덩치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 문제로 개조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기차업계는 전기개조차의 안전성을 보장할 기술표준을 정부가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AIST가 개발하는 온라인 전기버스도 법규상으로 기존 버스의 엔진 구동부를 전기모터로 교체한 전기개조차에 속하기 때문에 상용화를 위해선 법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국토해양부는 전기개조차와 관련한 제도개선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자동차정책과의 김용원 사무관은 “전기개조차는 기존 차량과 다른 안전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별도의 성능검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전문기관과 협조해서 전기차 개조와 관련한 법적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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