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세계는 `표준화·통합화`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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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세스 표준화, 정보 공유 및 연계 능력 강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빠른 대응체계 확보. 이는 모든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된 핵심 목표다. 이를 위해 국내외 주요 다국적 기업들은 전 세계 지역별 조직들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글로벌 운영체계’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IT통합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의 의무화와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 등으로 나라간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글로벌 표준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가별 특성에 맞춰 개별적으로 구축해온 주요 정보시스템들을 단일 통합시스템으로 재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비즈니스 특성에 맞춰 업무·지역별로 글로벌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면서 나라별 조직에는 최소한의 IT 인프라만 남겨두고 있다.

 김기호 SAP코리아 전략솔루션본부 전무는 “최근 많은 기업들의 화두가 ‘왜’ 글로벌 통합 시스템으로 가야 하는가에서 ‘어떻게’ 가야 하는가로 바뀌고 있다”며 “동일한 규제 환경과 점차 유사해지는 비즈니스 관행을 고려했을 때 글로벌 IT통합이 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은 아니다. IT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재무 관련 업무시스템은 통합해 나가는 추세이지만, 고객관계관리(CRM) 등 마케팅 관련 시스템은 지역별 특성에 맞춰 분산 정책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김기호 전무는 “ERP시스템은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로 통합하고 타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비즈니스 특성에 따라 혼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IT통합은 대세=현재 IBM, 필립스를 비롯해 버버리, DHL, 유니레버 등 다국적 전자·의류·물류·소비재 기업들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국내 대기업들은 글로벌 IT통합 및 표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통합해 비용절감을 도모하던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ERP 등 주요 IT 애플리케이션을 통합하고, 관련 IT인프라를 표준화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단일화된 프로세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별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유지보수에 소요되는 비용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IBM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 ERP 통합에 본격 돌입해 2012년까지 이를 완수한다는 목표다. 이미 미국, 홍콩, 영국의 ERP 통합을 완료한 의류업체 버버리도 국내 ERP 통합에 나서고 있다. 2007년부터 유럽 각 국을 시작으로 순차적 글로벌 IT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유니레버도 내년부터 한국 지사의 IT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IT통합에는 약 2년이 소요될 예정이며, 한국적 특성이 반영돼야 하는 물류시스템 등을 제외하고 ERP를 포함한 대부분의 IT 애플리케이션과 하드웨어 등을 모두 통합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ERP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DHL은 이미 일본, 중국, 싱가포르의 ERP 시스템을 통합한 데 이어 내년에 국내 ERP의 재무시스템을 글로벌 시스템으로 통합할 계획이다. 김봉조 DHL코리아 이사는 “각 나라별로 개발돼있던 시스템을 글로벌 표준 시스템으로 비용 효율화 관점에서 통합하고 있다”며 “통관 시스템 등 일부 국가별 특성에 따라 운영해야 하는 시스템을 제외하고 가능한 영역 내에서 최대한 글로벌 시스템으로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필립스는 이미 통합된 ERP 이외에 세계 각 국 지사의 시스템을 모두 통합 및 표준화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급관계관리(SRM),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등 IT 애플리케이션 통합작업에 올해 착수해 내년까지 모두 글로벌 표준 시스템으로 교체할 계획에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등 국내 대표적 제조 기업들도 글로벌 ERP를 통합하면서 공급망관리(SCM) 등 타 애플리케이션을 연계하는 작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홍지수 현대기아자동차 이사는 “전 세계 주요 거점에서 양산과 판매가 확대될수록 지사별 업무에 대한 표준화와 통합화가 강력히 요구됐다”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기간계 시스템을 ERP로 통합하고 여러 응용 시스템들 얹는 작업을 추진해 표준화된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밸류 체인 강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약 2년 전에 글로벌 IT통합을 마친 네슬레를 포함해 P&G,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에릭슨, 콜게이트파몰리브 등 많은 기업들은 이미 주요 IT통합 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네슬레는 글로벌 통합을 시작한 이후 6년만에 국내 IT통합 작업에 착수, 2년에 걸쳐 이를 완료했다. 총 8년간의 전 세계 ERP 통합을 완수한 네슬레는 현재 22만5000명의 사용자가 단일 솔루션을 사용하는 베스트 프랙티스로 꼽힌다. P&G의 경우 110개 사업장이 공통의 재무, 인사, 물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를 하나로’ 글로벌 통합 모델 지향=기업들의 IT통합은 거버넌스, 프로세스까지 높은 성숙도로 통합하는 글로벌 통합 기업(GIE, Global Integrated Enterprise)으로의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IBM, P&G, 네슬레 등 기업들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통합가능한 업무 지원 IT 인프라를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 비용효율성이 제일 좋은 지역에 집중시키는 한편 국가별 마케팅, 영업조직 부문의 자율권은 오히려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원 기능은 ‘집중’하고 시장접점은 ‘특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조직, 프로세스, IT시스템을 통합하는 순서와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아시아 기업들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소니도 최근 글로벌 통합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조직 체계와 IT 인프라를 전환하고 있다. 강진영 한국IBM GBS 파트너는 “순서와 방식은 다르지만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통합 기업으로 가는 과도기에 있다”며 “2∼3년 이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글로벌 통합 모델로의 전향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IBM은 2003년초부터 글로벌 통합 기업으로 변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IBM의 GIE 전환 프로젝트는 글로벌 기업들의 벤치마킹 모델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IBM은 2003년 초 조직 체계 통합을 먼저 시작했으며 지난해부터 5개년 계획하에 IT 통합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IBM과 함께 글로벌 통합 기업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한 후 마스터 플랜을 수립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 조직 혁신에 나서고 있는 소니는 지난 6월 IBM 출신 조지 베일리를 CEO 직속 CTO(Chief Transformation Officer)로 영입하고 IBM을 모델로 삼아 글로벌 통합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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