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통합이 핵심 과제
많은 기업들이 IT 통합을 추진하면서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거버넌스와 시스템이 일체화된 ‘통합 기업’을 지향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장애요인을 맞닥뜨리게 된다. 제일 큰 걸림돌은 조직문화 혁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직문화가 제대로 혁신되지 못하다 보니 물리적 IT통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IT통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거버넌스와 프로세스 통합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IT 통합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거버넌스 한계로 인해 IT 통합조차 제한적으로 진행되거나 통합 후 안정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IBM, 네슬레 등 대표적 다국적 기업들의 경우 오랜 기간동안 조직 체계 혁신과 프로세스 혁신을 먼저 추진하고, 이후 약 5∼8년의 IT통합 로드맵을 세우는 식으로 장기적 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보통 약 3년의 IT 통합 로드맵을 그린 후 빅뱅식 대규모 IT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해외 다국적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대단위 IT통합 프로젝트를 전사적으로 진행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IT 통합과 맞물려 프로세스 및 거버넌스 통합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조직체계 혁신에 따른 문제점이 노정되고, 결과적으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IT 통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통합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필요에 따라 지역·국가별 한계를 벗어날 수 있도록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수평적 의사결정 체제 혁신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진영 한국IBM GBS 파트너는 “거버넌스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로컬 위주의 기존 수직적인 보고 체계의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차원에서 전사 보고 체계가 기능적으로 교차될 수 있는 매트릭스 조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거버넌스 통합은 각 사업부 등 거대한 조직의 룰을 통제하고 통합하는 CEO의 과제”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동안 IT 통합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프로젝트 초창기에 수립했던 계획과 프로젝트 막바지의 목표 모델간의 ‘시차’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네슬레의 경우 무려 8년간의 IT 통합 작업을 진행했는데, 한국 지사를 마지막으로 2년 전에 이 작업을 마쳤다.
김기호 SAP코리아 전략본부 전무는 “많은 기업들이 오랜 고민을 거쳐 글로벌 IT 통합을 시도하지만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최종 시스템 완성 시점과 당초 계획 수립 시점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라며 “통합 전략을 수립할 때 5년 후의 회사의 모습을 먼저 그린 후 IT 통합이 실질적으로 비즈니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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