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시장 호조세 적극 대응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주요 인쇄회로기판(PCB) 업체가 하반기부터 잇따라 대대적인 신·증설 투자에 돌입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투자가 거의 없었던 PCB 업체의 투자 재개는 휴대폰·반도체·LCD 등 전방 시스템 및 소자 시장이 뚜렷한 호조세를 보이자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핵심 전자부품인 PCB 설비 투자와 가동률은 전자산업의 선행 지표라는 점에서 하반기 이후에도 전자산업의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예고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삼성전기 등 대기업과 중견 업체를 중심으로 PCB 업체들이 하반기부터 신·증설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PCB 업계의 신·증설 설비 투자 규모는 최소 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매년 관례적으로 집행하는 설비 보완 투자를 제외하면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수년간 국내 PCB 업계의 신·증설 투자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선 대표 기업은 LG이노텍이다. 지난달 LG마이크론과 합병회사로 공식 출범한 LG이노텍은 PCB를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삼고 하반기부터 대규모 신·증설 투자를 계획 중이다. 최근 반도체 경기 회복세를 따른 리드프레임·테이프서브스트레이트·PCB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과 휴대폰용 비메모리반도체 기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하반기에 상반기 대비 20% 이상, 내년 상반기에 올해 대비 50% 이상 각각 설비 투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많게는 1500억원 가까운 투자가 예상됐다.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은 최근 “고부가 패키지 기판을 중심으로 PCB 사업에 신규 설비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투자가 (하반기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기도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섰다. 삼성전기는 최근 스마트폰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과 넷북 등 PC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자, 대규모 신·증설 투자를 검토 중이다.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최소 1000억원 이상을 플립칩CSP 등 고부가 PCB 분야에 집중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기업 외에 심텍·대덕전자·이수페타시스·코리아서키트 등 중견 PCB 업체도 하반기 설비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년 집행하는 100억원 안팎의 보완 투자 외에 수백억원대의 라인 신증설 투자가 예상됐다.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 관계자는 “휴대폰·LCD·반도체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요 PCB 업체들은 거의 풀 가동 수준을 유지한다”면서 “특히 PCB 제조라인의 신·증설 투자 확대가 내년도 이후 전방 수요 업종의 경기 선행 지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