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레일 바이크와 윈윈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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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밤 10시 강원도 정선 구절리역 앞마당.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어떤 이는 침낭을 갖고 오고 또 다른 이는 텐트를 쳤다. 일부는 의자를 가지고 와 자기 순서를 표시했다. 이들이 밤 늦은 시간에 모인 이유는 다음날 아침 8시 예매를 시작하는 레일바이크(철로 자전거) 티켓을 사기 위해서다. 줄은 새벽 4시를 넘기자 200여명으로 늘었고 예매시각이 다가올 때쯤에 400명을 넘었다.

 특이한 점은 맨 앞줄을 구절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이 노인들은 일종의 ‘알바(아르바이트)’를 뛰고 있었다. 밤샘 줄서기가 부담스러운 관광객들이 레일바이크 한 대당 3만원을 주면 동네 노인들이 줄을 서 표를 대신 사준다. 동네 슈퍼나 민박집이 알선한다. 그러나 뒤에 줄을 선 누구도 이들을 탓하지 않았다.

 여행은 유쾌한 돈 쓰기다. 관광객에게 3만원은 큰 돈이 아니지만 구절리 노인들에게는 꽤 쏠쏠한 아르바이트인 셈이다. 군청도 이를 알면서도 노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모른 척할 뿐이다.

 레일바이크는 구절리뿐 아니라 정선군을 살린 대표적인 효자 관광상품이다. 무연탄을 실어나르던 정선선이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물동량이 줄어들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더 이상 경제성을 상실한 정선선 운영을 놓고 코레일과 정선군청이 머리를 맞댄 끝에 나온 것이 레일바이크다. 시발역 구절리를 출발해 종착역 아우라지까지 약 7.2㎞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아우라지 강변을 따라 아름다운 자연의 비경과 함께 3개의 터널을 지난다. 주로 내리막길로 이어져 어린이도 힘 들이지 않고 페달을 밟을 수 있어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다.

 이달로 개통 만 4년 10개월째인 레일바이크는 지난 6월 말 탑승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경북 문경과 전남 곡성에도 레일바이크가 있지만 탑승 거리나 주변 경관에선 정선을 따라오지 못한다. 1회 100대(2인승 50대, 4인승 50대)가 평시 5회, 성수기 7회를 운행하는 데 하루 평균 16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수익이라면 전국 지자체가 만든 관광상품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레일바이크는 구절리 마을의 민박 수익뿐 아니라 인근 정선군의 관광수입까지 올려준다.

 코레일과 정선군청은 처음부터 레일바이크가 지금 같은 대박이 될 줄 몰랐다. 먼저 시작한 문경의 레일바이크가 코스나 바이크 모형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반신반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애들 장난감 같은 레일바이크가 얼마나 관광객을 끌어모을지, 더구나 이 오지에 지금같이 성수기 하루 수천명이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철로를 달리기 때문에 레일바이크는 계절이 따로 없다. 여름은 여름대로 동강의 시원이 되는 계곡을 볼 수 있고 겨울은 겨울대로 설경이 운치를 더 한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출발 후 첫 터널을 지나면 바로 코레일 직원이 사진을 찍는데 아우라지역에 도착하면 이미 액자에 포장돼 있다. 호객이 아니어도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기발한 마케팅이다.

 지금 전국 지자체에서는 수많은 이벤트가 열린다. 이들 행사는 자체 인구 관광 수입으로는 꾸려가기 힘들다. 지역 특성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업도 많다. 그러니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정선군이 코레일과 만든 레일바이크는 기업과 지자체, 더 나아가 지역주민들까지 모두가 윈윈한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홍승모 생활산업부장sm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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