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여름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가 녹색 바다에 풍덩 빠졌다. 지자체마다 그린 테크놀로지와 그린 라이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을 살리고, 지방과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변화가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설정한 이후 지난 1년 동안 각 지자체들이 녹색성장 테마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최근에는 ‘그린 버블’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자체의 녹색성장 정책은 산업화에 가속엔진을 달고 탄소배출을 줄여 녹색도시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구와 대전은 녹색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충남과 경북·부산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충북은 아시아 솔라밸리를, 광주는 저탄소 1등 도시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지자체마다 중복된 정책들도 많지만 나름 특화된 방향으로 교통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녹색성장의 실핏줄에 해당하는 지자체의 녹색성장 정책과 비전을 짚어본다. 아울러 녹색성장을 이끄는 전문가는 누가 있으며, 녹색성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각 지방 산업단지를 입체감 있게 분석해본다.
◇대경권(대구·경북)=경북도는 지난달 말 경북지역에너지계획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갖고 오는 2013년까지 1005억원을 투입해 에너지관련 20개 사업을 확정 발표했다. 폐열을 이용한 에너지 절약사업과 메탄가스를 이용한 열발전 시설 등이 주요 내용이다. 경북도는 이 같은 사업을 통해 향후 10년 안에 녹색에너지의 자급기반을 갖추기로 했다.
경북도는 녹색성장 정책은 산업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도는 지난 5월 지역의 대표기업인 포스코·삼성전자와 1사 1기후운동 실천협약을 맺었다. 포스코와 삼성전자는 각 사업장에 에너지 절감 및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녹색경영을 추진키로 했다. 기업과 함께 녹색성장 정책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2021년까지 포항과 경주·영덕·울진을 중심으로 4조원 이상을 투입해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지난 2000년 솔라시티를 선포한 대구시는 지난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발표 이후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봇물처럼 내놓았다. 올해 초 녹색뉴딜사업으로 13조4100억원을 투입해 52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오는 2012년까지 △4대강 살리기 △녹색교통망 구축 △그린카 청정에너지보급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2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등 굵직한 세계대회를 녹색대회로 만들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시는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1년까지 11%, 2020년까지 2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에너지 수요의 10%까지 확대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동남권(부산·경남·울산)=부산시의 녹색성장 핵심은 폐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개발과 탄소배출권 거래소 유치로 요약된다. 시는 최근 오는 2011년까지 지역 내 정수장과 댐에 소규모 수력발전소를 설치해 해마다 1419㎾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명지소각장에는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열을 지역 산업체에 공급하는 시설을 준공했다. 이 사업은 한 해 전력 판매로 2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연 10억원 정도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탄소배출권거래소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거래소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시범사업도 운영 중이다.
경남도는 ‘그린에너지 산업’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생명환경농업’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으로 추진한다. 조력·풍력자원·태양열 등 그린에너지 자원 잠재량이 우수하다는 에너지 경제연구원 및 에너지기술연구원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역 내 우수 산업기관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그린에너지 생산 및 활용과 관련된 연관산업을 집중육성하고, 미래형 에너지 기술과 산업 거점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울산시도 지난달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산업거점으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하는 ‘울산 녹색성장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절약, 신성장 동력 창출, 삶의질 개선과 도시 위상 강화를 3대 전략으로 10대 정책과제, 40개 실천과제, 160개 세부실천과제(안)로 수립 추진된다.
◇호남·제주권(광주·전남북·제주)=‘기후변화 대응 저탄소 1등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는 지난해부터 기후변화 대응추진기획단을 구성해 오는 2015년까지 온실가스를 70만톤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관련 현재 에너지를 절약하면 포인트나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탄소은행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버스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2010년 1153대, 2015년엔 200대로 늘리고, 자전거 도로도 확충한다. 백열등 대신 신호등과 가로등을 LED로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전남도는 나주에 들어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탄소배출권거래소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조력 등을 활용한 대규모 발전으로 화석에너지를 대체함으로써 에너지 자급률을 높임과 동시에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요 전략산업으로 정한 전북도는 새만금 지역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시범도시로 조성하고 부안 신재생에너지단지를 전국 최초의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로 조성하고 있다.
녹색성장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LED 분야를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3대 분야 12대 과제의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도는 자치단체 청사의 전기와 상수도 사용량을 오는 2012년까지 10% 감축하기로 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카본 프리 아일앤드(Carbon Free Island·탄소제로 섬) 제주’를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과 함께 풍력과 태양광 등 각종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온라인 전기자동차 시범사업과 그린 모바일 하버 사업,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신재생 에너지 연구기지와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충청권(대전·충남북)=대전형 녹색뉴딜사업을 추진 중인 대전은 현재 9개 분야 47개 사업의 각종 녹색성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색 SOC와 저탄소 고효율산업기술, 친환경 녹색생활 등이 핵심사업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신성장 동력 육성 및 그린에너지 개발을 위해 태양광기업 투자 유치, 신재생 에너지 R&BD 허브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나노융합산업의 메카를 선포하고, 나노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향후 친환경 저공해 자동차보급 등 선진국 수준의 대기환경조성과 함께 폐자원 재활용 및 에너지화를 위한 환경에너지 타운도 건설한다.
충북은 녹색성장 전략의 하나로 아시아솔라밸리를 비전으로 내걸었다. 지역내 태양광 관련 기업과 우수한 반도체 산업 인프라를 연계해 태양광 부품소재 산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산업육성과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한 탄소저장 숲 조성은 충남도의 녹색성장 핵심정책이다. 태안반도의 태양광 및 풍력, 논산 등 내륙의 농축산 바이오연료 및 지열, 금강지역의 태양광 및 소수력발전, 천안 북부권은 태양광 소재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충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탄소배출량 증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에너지 최대 업체인 현대오일뱅크와 삼성SDI 천안사업장 등 126개 업체와 협약, 탄소배출 최소화 사업에 나섰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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