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저점기를 맞아 IT기업 수익성 약화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시설 다변화 및 원자재 수입가격 하락 등의 요인으로 수익성 악화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1228.20원으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에 비해 3.2원 올랐지만 환율하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가는 우선 환율하락 자체를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환율은 해당 국가 경제 펀더멘털의 지표이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안전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환율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에 메모리, LCD, 휴대폰·가전 등 주요 IT분야의 이익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도 높다.
원화강세로 인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분야는 메모리로 매출액 중 약 55%가 환율에 노출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매출액 중 40%가 환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LCD산업부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두개 사업부문은 원화강세가 이어질 경우 영향을 받긴 하지만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자재 달러가격도 동시에 하락하기 때문에 실적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평가된다. 휴대폰·가전 부문은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생산이 이뤄지고 있기에 원화 변동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증권가는 환율 하락이 IT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분야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지난 달 체결한 D램 고정거래가격은 1기가 DDR2 기준 1.5달러 수준이다. 현금원가인 1.2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경쟁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8세대라인(P8)공장과 6세대라인(P6E) 풀 가동으로 LCD 패널 업체 중 올해 공급능력 상승폭이 가장 크고 대만업체를 견제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췄다는 점, LG전자는 아레나폰 등을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에 연착륙하고 있으며 LCD TV는 올해 글로벌 2위로 약진하는 등 제품 경쟁력 향상 등으로 환율 역효과를 극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을 이유로 수출기업의 수익성 약화 및 주가 조정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물량 및 수출액 증가로 극복이 가능하다”며 “과거 경기침체 이후 회복과정에서 환율 하락이 한국의 수출 회복을 좌초시키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소디프신소재·엠텍비젼 등 대기업에 납품하는 IT 부품·소재 업체들의 실적도 환율에 크게 좌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상승으로 차익을 얻기보다는 경기 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을 늘리는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계절적 요인이 있어 공급 물량이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환율로 인한 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만회하는 데 힘을 쏟아야 했던 키코 피해기업들도 최근의 환율 하락에 반색하고 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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