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 기업의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투명한 경기로 인해 기업이 투자 대신 현금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을 기준으로 작성된 지난 상반기 실질 설비투자액은 37조7073억원으로 전년 동기 47조2657억원에 비해 20.2%, 9조5584억원 줄었다.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2000년 37조3040억원에서 2001년 34조1101억원으로 줄었다가 2004년 37조3136억원, 2006년 41조3816억원, 2007년 46조6744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9년 전인 200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상반기 투자 증가율은 환란 당시인 1998년(-44.9%) 이후 최악이다.
이 같은 설비투자 감소는 기업들이 현금확보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의 2008년 말 유보율은 696.97%로 전년 669.48%보다 27.4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보율이 높으면 기업 안정성이 높게 평가되지만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두기만 했다는 의미다.
최근 월별 설비투자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연간 규모의 설비투자는 부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3개월째 오름세를 나타냈다. 4월(1.8%), 5월(7.3%), 6월(9.5%) 등 투자 증가폭도 커지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5.6% 줄었지만 5월(-16.2%)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호전됐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및 민간 연구기관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14∼-19% 수준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15.1%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 4월에 전망한 -18.0%보다 상향 조정한 수치다. KDI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연간 -16.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11월에 나오는 수정전망치에서 설비투자 증가율을 다소 상향 조정할 계획이지만 소비나 수출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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