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불때 우산을 끝까지 함께 붙잡고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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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부 직원들이 상생보증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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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은 미국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크게 부각한 정부기관이다.

 심각한 실물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신보는 신용평가 기준을 낮추면서까지 보증 지원에 나섰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은행·대기업·지방자치단체들과 ‘상생’이라는 목적하에 손을 잡았다.

 ‘특별출연을 통한 신용보증 지원’이다.

 신용보증기관은 외부 출연금의 최대 20배를 보증 지원할 수 있다. 예컨대 1억원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20억원을 보증할 수 있는 것. 20배의 레버러지 효과를 발휘한다.

 금융위기로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하지 않으면서 신보는 은행 등 각종기관 출연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챙기기’에 더욱 매진한 것이다. 그 시작은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한은행과 ‘특별출연을 통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시장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우리·하나·기업·국민은행 그리고 농협 등과도 유사한 협약을 맺게 됐다.

 협약 내용은 출연금 재원으로 12배를 은행이 추천한 중소기업에 100% 전액보증 지원하는 것이다. 은행은 신보에 출연함으로써 중소기업을 간접 지원하고, 대신 중소기업이 보증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리스크를 회피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은행은 위험관리와 함께 중소기업 지원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신보 측에서는 재원이 늘어나 더 많은 중소기업에 보증을 펼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은행 자금에 목말랐던 수많은 중소기업에 커다란 혜택으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제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타개할 수 있는 뛰어난 상생 지원책”이라고 평가한다. 신보는 올 상반기에 이 상생 모델로 3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은행에 이어 대기업과의 상생도 펼쳐졌다.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이 출연하는 형태로 2월 포스코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하이닉스 등이 참여했다. 대기업과 은행이 매칭으로 출연하고 보증기관은 16.5배 범위에서 대기업이 추천하는 협력사에 보증 지원하는 내용이다. 신보는 100% 전액 보증이란 특별 혜택을 부여하고 보증료 0.3%포인트를 우대했다. 4월에는 삼성전자, 대우조선해양, 두산인프라코어, LG디스플레이, 르노삼성 등도 참여했다.

 신보 상생경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쌍용차와 GM대우 협력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고민해온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가 신보와 손을 잡게 된 것이다. 대기업과 유사하게 경기도와 인천시가 은행과 매칭으로 출연하고 신보가 12배 범위에서 협력업체에 지원한다.

 신보가 외부 기관 특별출연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부터 SK텔레콤을 비롯해 현대오일뱅크, 서브원 등의 출연이 있었지만 올해와 같이 대거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는 또 안택수 신보 이사장을 비롯한 전 임직원의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 안 이사장은 지난해 취임 후 보증 총량의 신축적 운용 필요성을 역설했다. 보증 신축 운용은 경기가 나쁠 때는 보증공급을 늘려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기와 무관하게 보증규모를 조절해 왔던 것과는 큰 차이다. 이에 따라 올해 신보 보증 공급 목표를 지난해 대비 10조원 늘려 잡은 41조7000억원으로 설정했으며 이후 추가로 46조6000억원으로 수정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한 창업지원종합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소기업 상생 지원 프로그램이다. 자금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창업 기획단계부터 안정화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지원·관리한다. 시스템은 크게 창업상담·창업스쿨·자금지원·경영컨설팅의 4단계로 나뉜다. 단계별로 기업의 위치와 가능성을 고려해 지원이 이뤄진다. 예컨대 창업상담은 창업아이템과 입지 선정 등이 포함된다. 자금은 성장단계에 따라 3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을 지원한다. 창업 후에는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단계별 그리고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특히 이들 기업에는 다양한 우대조치가 이뤄진다. 창업의지를 고양하겠다는 취지로 전액(100%) 보증서 발급 및 신용보증료율 하향 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창업기업을 위한 원스톱 대행서비스를 펼친다는 것이 신보의 방향이다.

 ◆인터뷰-안택수 이사장

 “중소기업, 은행 그리고 신용보증기관이 ‘삼위일체’가 돼 협력하면 제2의 IMF라 불리는 지금의 경제난국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올해 들어 은행들과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특별출연 협약’을 체결할 때마다 강조했다고 밝힌 말이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서 ‘상생’이 중요한 몫을 담당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 이사장은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비바람이 불 때 중소기업과 함께 끝까지 우산을 붙잡으며 생사고락을 같이하려고 한다”며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용보증기관에는 은행 출연이 정부와 함께 신용보증 공급을 위한 대표적 재원이다. 그동안 은행 출연은 법령에 따라서만 이뤄질 뿐 미진했다.

 그는 “작년 말부터 은행들과 특별출연 협약으로 확정한 출연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며 “그동안 일부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1회성 출연은 있었으나 은행이 거액의 특별출연을 한 것은 유례가 없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상생협력보증이 가능했던 데에는 취임부터 강조했던 ‘공심(公心)경영’이 크게 힘을 발휘했다고 소개했다. 공심경영은 중소기업 지원기관으로서 윤리경영과 함께 중소기업 지원에 ‘3적 정책’을 실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3적은 성장성이 유망한 적정한 기업을 선별해 신용보증을 지원하는 ‘적정’과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신용보증을 지원하는 ‘적기’ 그리고 엄정한 심사·평가로 적정한 금액을 지원하는 ‘적량’을 일컫는다.

 신보의 ‘상생’이 함께 살아가는 사전적 의미 이상의 뜻을 지닌다고 그는 역설했다.

 “신보가 추구하는 상생은 함께 성장·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미래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신보와 은행, 대기업, 지자체 등이 상생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중소기업의 성장과 함께 이들 기관 모두에도 득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상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도 설명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업체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경제의 주춧돌로서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크고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이 심화돼 있습니다. 기술, 자금, 인력 등 구조적 취약점을 가진 중소기업의 성장·발전을 위해서는 정부·대기업·금융기관 등의 상생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으로 상생경영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사도 나타냈다. 그는 “대기업, 은행들과 특별출연 협약을 통해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컨설팅 지원 등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상생보증 프로그램-일시적 유동성 위기 탈출에 큰 도움

부산에서 전자클러치 등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엠씨테크.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밀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동차산업의 극심한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실적은 크게 줄었고 이는 자금난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최초 은행 대출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찾았으나 신용도가 하락해 지원을 받는 것이 어려웠다. 이때 현대차 제안을 받았다. ‘현대자동차 상생보증 프로그램 협약보증’으로 보증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보는 엠씨테크의 신용도가 악화한 상태지만 유동성 부족 현상이 회사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경기 침체에 따른 것이고,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자 선정 등 대내외적으로 기술력과 연구개발 능력을 인정받아 향후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결국 보증을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회사는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충구 엠씨테크 대표는 “작년 금융위기 이후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 가동률이 낮아지고 이는 자금 압박으로 이어졌다”며 “그 과정에서 현대차 상생보증 프로그램을 듣고 이용해 크게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창업지원 종합시스템-자금지원·경영컨설팅으로 초기 한계 극복

2007년 무역업을 시작한 박종석 쓰리엔에스 대표는 수익성 한계로 2008년 국내에는 생소한 근육테이프 생산에 나섰다. 그러나 처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자금이다. 창업 초기기업이다 보니 업력이나 실적, 담보 모두 은행의 지원을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 신용보증기금이 창업지원 종합시스템으로 창업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보 서부창업프라자를 찾아간 박 사장은 신보에서 크레디트 라인 한도 3억원을 승인받았다. 크레디트 라인은 창업기업의 한도를 정하고 3년 동안 기업의 매출실적 등에 감안해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4월 1억원을 지원받은 회사는 올 5월에 추가로 1억원을 지원받았다.

 신보에서 함께 제공하는 경영컨설팅도 창업 초기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박종석 대표는 “국내에는 없는 제품을 만들다 보니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자금이 많이 부족했다”며 “다행히 신보에서 제품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지원을 받게 됐으며 특히 마케팅 컨설팅은 상품화 과정에서 크게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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