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에서 수십억대 사기극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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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마켓에서 수십억원대의 판매 사기극이 발생했다. 이 사기극은 특히 개인 간 직거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장치인 ‘에스크로 서비스’의 허점을 악용해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에스크로제는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하면 대금을 중개회사, 즉 오픈마켓이 맡아 놓고 배송이 완료된 후에 판매자에게 입금하는 제도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용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에어컨 등 전자제품을 11번가에 판매 대행하는 에이전시 B사(일종의 벤더) 직원이 실제로 물품을 납품하지 않은 채 구매자들이 11번가에 입금한 구입대금을 갖고 종적을 감춘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기에 따른 드러난 피해 금액만 20억원에 달한다. 구입 대금을 입금하고 제품 배송을 기다리는 잠재 고객까지 합친다면 피해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 여러 가지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대행 에이전시를 이용한다.

 B사 직원은 지난 5월 수년간 전자제품 직거래를 해온 A씨를 상대로 ‘11번가를 통해 구매하면 대당 2만원의 할인혜택을 주겠다’고 속여 가상계좌로 입금한 구입대금 9600만원을 갖고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에스크로 서비스를 믿었기에 11번가 디지털가전 사이트에서 LG전자 에어컨 200대를 장바구니에 담고 예금주인 11번가 결제계좌(기업은행 593-001291-xx-xxx)로 구입대금을 송금했다. 하지만 주문 이후 3주가 지나도록 제품 배송이 없어 11번가에 확인한 결과, 이미 배송이 완료됐으며 판매자에게 판매대금도 정산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11번가 측에 따르면 “A씨와 B사 직원은 평소 오프라인 전자유통에서 수년간 친분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왔다며 11번가에서 공급자와 구매자를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 C씨 역시 지난 5월 11번가에서 에어컨, LCD TV 등 2억3000만원 상당의 전자제품을 주문하고 입금을 완료했지만 지금까지 물건을 받지 못했다.

 소비자 피해상황은 B사와 11번가 측만 알 수 있어 확인할 수 없지만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10여명만으로도 최소한 20억원 이상이 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심각한 문제는 에스크로 서비스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판매자가 구매자를 사칭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번 사기극에서 에이전시는 실제로 물품을 입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매자를 사칭해 허위로 제품을 주문하고 배송 완료를 승인해 대금을 찾아가는 편법을 썼다. 이런 허위거래 속에서 11번가 에스크로 서비스를 믿고 제품을 주문했던 10여명의 실수요 구매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A씨는 “이번 사기극은 에이전시가 공급자면서 구매자 역할을 한 셈”이라며 “제품 배송을 기다리는 잠재 고객까지 포함하면 피해 금액은 1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SK텔레콤과 B사 앞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발신인대리인 변호사 명의로 이행 최고서를 발송한 상태다. A씨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및 소비자피해분쟁조정위원회에 신고할 방침이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