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체, 출혈경쟁 여전

 통신장비업체 간 과당경쟁에 의한 제살깍기 경쟁이 여전하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SK브로드밴드의 ‘기가비트 수동형 광네트워크(G-PON)’ 입찰에서도 업체간 출혈경쟁이 재연됐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은 최저가 수준에 가격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은 포기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입찰은 G-PON의 첫 국산화 사례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초도물량 입찰마저 가격경쟁이 이뤄진 만큼 향후에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신사업자의 구매제도 개선 노력과 맞물려 통신장비업체들의 제살깍기식 출혈경쟁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신의 골…악순환 재현=이번 출혈경쟁은 SK브로드밴드의 최저가 입찰 관행과 함께 업체 간 과당경쟁도 못지않은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KT 등의 입찰에서 저가 입찰을 일삼던 A사 견제를 위해 B사가 가격을 지르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작 A사는 더이상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정상 범위 내 가격으로 입찰했다. 이런 사정을 알 수 없었던 A의 무리한 승부가 제품을 수주한 3개사 모두의 수익성에 타격을 준 셈이다. 결국 A사는 물량의 50% 정도를 확보했지만 수익성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문제는 B사의 직접적인 잘못이지만 문제의 발단은 A사,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해당업체 간 ‘동업자 의식’의 부재로 볼 수 있다.

 ◇출혈경쟁의 미래는 ‘공멸’=A사의 출혈경쟁 자제는 회사 존립까지 위협했던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당장 사업을 수주, 연명하면서 회사의 내실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회사를 두고 ‘신규사업을 수주할 때마다 회사는 기울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결국 이 회사는 대규모 구조조정 등 뼈아픈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얻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각도 경쟁사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결국 모두가 선의의 경쟁 대열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수요자도 ‘불안’=이번 사태를 놓고 SK브로드밴드도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해당 업체들에게 이번 입찰 가격으로 제대로 된 납품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처음으로 상용화하는 장비기 때문에 설치나 유지보수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낮은 가격으로 인해 사후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SK계열의 제안사를 두지 않고 직접 입찰에 참여했던 A사에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장비는 초도 납품가에는 개발비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관리비용까지 포함하는게 정상”이라며 “이번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면 결국 장비업체는 물론이고 수요자까지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우려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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