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책 컨트롤타워 부재 여파가 현 정부의 최대 역점사업 중 하나인 그린IT 분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가 지난주 부처간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발표한 ‘차세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그린화 추진방안’을 놓고 타 부처와 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타 부처와 공동 추진해야 할 사안이 협의도 없이 내용에 포함됐는가 하면 한달여 전 지경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이 공동 구성한 ‘그린IDC협의회’마저도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부처간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경부 측은 “지경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발표한 것이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타 부처와 상호 협력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앞뒤가 바뀐 과정을 놓고 IT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또다시 대두되는 상황이다.
지경부는 IDC 그린화 방안에서 정부통합전산센터 등에 시범 적용하기 위해 행안부와 협의해 연말까지 사업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담당 부처인 행안부와 협의는 물론이고 사전에 내용을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 초부터 정부전산센터 그린화 계획을 수립해나가는 상황”이라며 “지경부 정책과 관련해서는 발표 이전에는 물론 발표 이후에도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내용에 포함된 KT 그린IDC 테스트베드 사업 역시 방통위 차원에서 검토한 바 있는 사안이지만 사전에 이에 대한 조율은 이뤄지지 않았다.
관계 부처가 함께 구성한 그린IDC협의회도 발표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다. 컴퓨팅 자원과 통신·네트워크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된 IDC의 특성을 감안해 관계 부처가 모처럼 손을 잡았지만 지경부가 이와는 무관하게 단독으로 발표하면서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IDC업계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경부가 추진한다고 밝힌 그린IDC 인증제도는 투자여력이 낮은 중소 규모 IDC에는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지난 10년간 IDC 설비에 대한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았던 만큼 인증제 도입은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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