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장비업계 "반갑다, 8세대 투자"

  올해 신규 설비 투자가 실종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던 반도체·LCD 장비 업체들이 하반기 들어 갑자기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가 하반기부터 8세대 LCD 라인의 대규모 신증설 투자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도 조만간 8세대 LCD 라인 맞대응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치열한 수주전에 대비하려 하기 때문이다. 수년째 반도체 설비 투자가 얼어붙은 가운데 올초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LCD 신규 투자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고사 지경을 우려했던 장비 업계에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장비 업체들은 하반기부터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8세대 LCD 라인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자, 수주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장비 발주가 터져 나올 경우 납기와 물량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장비 업체들은 여름 휴가도 보류하고, 하반기 수주전을 위해 재충전에 돌입했다.

국내 주요 LCD 장비 업체인 A사 대표는 “삼성·LG 모두 올해는 반도체·LCD 모두 투자가 완전히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고 이미 공언했던 터였다”면서 “몇달전만 해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신규 투자라 그저 반가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 장비 업체들도 희색을 띄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해외 장비 업체의 경우 올해 신규 투자가 완전히 사라질 것에 대비,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곳도 있다. 해외 업체인 B사 대표는 “그동안 인력도 줄이고도 일감이 떨어져 완전히 손을 놓고 있던 상황”이라며 “지난달부터는 올해 실적 전망을 재조정하고 본사에 출장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당초 올해 설비 투자 전망과 비교하면 완전히 돌변한 것이다. 올초만해도 대다수 장비 업체들은 무급 휴가나 심지어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올 한해 투자 혹한기 동안 생존하는 것이 지상 과제였다. 실제 국내 장비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 정도를 제외하면 지난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핵심 공정장비를 공급해온 해외 장비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국내외 장비 업체들에게 삼성·LG의 8세대 신규 설비 투자가 더욱 반겨지는 이유다.

특히 국내 토종 장비업체들은 이번 8세대 신규 투자에서는 과거보다 삼성·LG의 장비 교차 발주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세대 설비의 경우 양사가 동일한 규격을 채택해 이미 표준화된데다, 납기와 물량을 맞추려면 기존 자사 협력사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장비 업체인 C사 대표는 “올 들어 협회 차원에서도 양사 CEO가 상호 협력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그동안 상징적으로만 이뤄졌던 장비 교차 발주가 이번 8세대 신규 투자에서는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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