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정부의 유사기관 통합방침에 따라 한국환경기술진흥원과 친환경상품진흥원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환경기술진흥원의 환경 기술 확보 및 환경산업육성·지원 업무와 친환경상품진흥원이 담당한 친환경상품 및 제품 환경성 향상과 관련된 제반 업무가 하나의 기관으로 융합된 것이다. 두 기관이 나누어 수행하던 업무는 그대로 이어지되 환경산업체 지원과 기업 환경경영 확산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거대해진 환경산업기술원의 첫 수장으로 부임한 김상일 원장은 “환경은 이제 국가적 범주를 벗어나 전 세계적인 화두로 성장했으며 이미 하나의 무역규제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한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후변화를 기업이 방관할 수 없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새롭게 환경산업육성자금융자, 개도국 환경마스터플랜 수립지원, 해외 환경프로젝트 타당성조사 지원 등 환경산업의 육성 및 해외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신규사업을 추진 중이다. 탄소 성적표지제도 도입, 녹색성장박람회 개최, 녹색금융 협력사업 등도 기업의 녹색경영을 확산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 원장에 따르면 녹색성장은 녹색소비를 통해 달성된다. 녹색소비자는 녹색성장을 떠받치는 하나의 거대한 축이다. 아무리 저탄소·친환경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가 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얘기다.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세계적인 환경산업·기술육성 전문기관으로 첫발을 내딛은 환경산업기술원의 수장으로서의 견해를 들어봤다.
<일문일답>
-소감과 각오에 대해 간단히 말한다면.
▲어깨가 무겁다. 우선은 환경산업기술원이 명실상부한 환경기술개발 및 산업육성의 메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기울일 생각이다. 환경산업육성을 뒷받침하는 종합서비스기관으로 발돋움하도록 노력하겠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젊은 기관 이미지가 있는데 구성원들 역시 젊다. 좋은 점이 있다면.
▲환경은 21세기의 핵심 키워드며, 환경산업은 이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있는 젊은 분야라 할 수 있다. 급속도로 진화되는 환경 분야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역동성은 필수적이다. 기관의 젊은 이미지와 역동적인 구성원의 역량은 분명 큰 장점이다. 젊은 녹색산업육성기관이라는 역동적 이미지가 기술원을 대표한다.
-통합기관이다보니 시너지 효과는 물론 불협화음도 있을 것 같다.
▲연구개발(R&D)과 환경마크 인증이라는 주요 기능을 수행하던 두 기관을 통합함에 따라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수출산업화까지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탄생하게 됐다. 환경기술 개발과 산업화가 보다 원활히 진행된다.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그 이상이 된 것이다. 물론 두 기관이 짧은 기간 내에 통합을 이루다보니, 우선 직원들간의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기도 하고 기존 직장문화와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이를 융화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에 직원간의 융화가 최고 품질의 서비스로 이어진다는 일념으로 간부인력 전원과 직원의 30% 정도를 교차 배치하고, 워크숍 등 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중점 추진과제는.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이 내년에 종료됨에 따라, 2011년 이후 추진할 환경 R&D사업의 방향과 추진과제를 설정하는 게 주력과제 중 하나다. 이에 미래 유망기술을 적기에 개발하고, 국가성장전략에 기반해 늘어나는 환경기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실용적 R&D사업 발굴을 역점 추진과제로 삼고자 한다. 또한, 환경산업육성융자금, 환경산업 해외진출 지원, 해외 환경프로젝트 타당성조사 지원 등의 사업을 신규 추진해 국내 환경산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코자 한다.
-최근 악화된 경제상황으로 신규사업 추진이 어렵다.
▲국내 환경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환경 관련 기업들이 커야 하고, 기업들이 성장하려면 우선 자금이 풍부해야 한다. 예산을 늘리면 가장 좋지만 쉽게 늘리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5월 기술원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기업은행과 업무 협조를 통해 총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었다. ‘녹색 패밀리론’이다. 우수 환경 기업들은 1.5%까지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받고 대출규모도 담보에 50%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사업 발굴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환경산업체 육성지원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선진국들의 환경 기술 산업에 대한 지원은.
▲현재 선진국에서는 자원고갈 및 가격급등에 따라 기존의 ‘요소투입’ 위주의 경제성장은 환경적인 측면이나 경제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했으며, 저탄소 친환경이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낼 전략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환경 선진국들은 이른바 녹색산업, 녹색기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국력을 집중하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부시 시절보다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환경산업 관련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1500억달러를 투자해 신재생에너지를 집중육성, 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20년까지 207조원을 투자,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국가 장기전략지침인 ‘이노베이션25 (2007년 5월)’을 통해 환경을 경제성장과 국가공헌의 엔진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채택하고 1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환경기술 발전을 위한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
▲국내 환경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환경기술 수준 향상이 급선무다.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환경분야 원천기술 발굴과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당연히 정부의 환경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개발된 우수한 환경기술이 사업화까지 이어져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과 확산체계 구축도 선행돼야 한다. 정부에서도 2001년부터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환경융합신기술사업 등 신규사업도 지속적으로 발굴, 추진되고 있다. 환경기술의 개발부터 산업육성·수출지원·소비문화 확산에 이르는 종합 서비스로 국내 환경기술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바로 기술원의 역할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이나 에너지기술평가원 등 타 기관과의 차이점은.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간단히 말해 부처 고유 업무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에너지관리공단 등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에서는 태양광·조력·지열 등 에너지 분야 관련 업무를 중점추진 중인 반면, 환경부는 대기·수질·폐기물 분야 등의 전통 환경기술개발과 폐자원의 에너지화 관련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산하기관의 업무 역시 부처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김상일 원장은>
1951년 11월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다. 서울 경복고등학교를 나와 성균관대에서 무역학을 전공했다. 이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및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환경경제학 석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주요경력으로는 1979년 5월 성동구 행정관으로 부임한 이래, 환경부 기획예산담당관, 폐기물자원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부인 유리애 씨(56) 사이에 1남 1녀을 두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한국환경기술진흥원과 친환경상품진흥원을 통합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기술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지난 4월 설립한 준 정부기관이다. 간단히 말해 녹색기술의 개발부터 산업육성, 수출지원, 소비문화 확산에 이르기까지 환경산업육성을 위한 종합 서비스 기관이다. 친환경상품의 구매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환경산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게 설립 목적이다.
주요 기능으로는 환경기술개발사업에 대한 기획·평가·관리, 환경산업 육성 및 수출지원, 신기술인증·기술검증 및 환경표지제도 운영, 전문인력양성 및 교육훈련, 친환경상품 생산·유통·구매 촉진, 기업 녹색·탄소경영 활성화, 환경산업·기술정보의 수집 및 보급 등 다양하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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