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포털의 극장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8일 NHN 비즈니스 플랫폼과 CJ엔터테인먼트의 영화 유통 제휴는 포털의 영화 유통 플랫폼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포털이 영화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파란이 지난 5월부터 모회사 KTH가 보유한 영화를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포털 시장의 70%를 점유한 NHN과 영화 시장의 25%를 점유한 CJ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이기 때문에 이번 제휴와 파괴력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CJ엔터테인먼트의 영화는 온라인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된 적이 없기 때문에 영향력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성공할까=새로운 실험에 대한 성공의 관건은 이용자들이 서비스되는 영화 가격을 수용할지 여부다. 이용자들이 웹하드에서 200∼300원이면 불법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최신작을 3천500원에 내려받아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PTV에서도 영화 내려받기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도 가격 문제가 가장 크다. IPTV 가격이 현실적으로 온라인 영화 서비스 가격의 기준점이 되는 분위기에서 네이버의 영화가 당장에 가격을 낮추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러나 웹하드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영화가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앞으로 더욱 불법 복제물의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데서 성공가능성에 대해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주요 웹하드 연합체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DCNA)가 최근 강력한 자정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 실제 DCNA에 속해있는 웹하드 업체들은 최근 속속 필터링 업체와 제휴를 맺고 불법 저작물 단속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단속이 더욱 강화되는 현실도 불법 복제물의 유통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용자들이 불법 영화를 내려받을 수 있는 웹하드를 찾기 어렵게 되는 반면 네이버 등의 포털의 경우 접근성이 쉽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상 콘텐츠가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온라인 유통시장의 형성은 대세이기도 하다. MBC와 KBS,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도 보유한 방송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유통하기 위한 공동 사이트를 내달께 개시할 예정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방송 콘텐츠도 온라인에서 합법적인 내려받기 등을 통해 유통되는 셈으로, 불법 영상물로 얼룩진 영상 콘텐츠 유통시장에 변혁기가 온 셈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최근 영화 유통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고, SK커뮤니케이션즈도 검토하고 있어 포털들의 영상 콘텐츠 유통시장 진출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물론 불법 영상물의 유통이 근절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CNA 소속 웹하드 업체들의 자정 노력이 성공한다 해도 불법 영상물을 찾아다니는 이용자들이 있는 한 규제와 사법기관의 칼날을 피해 불법 웹하드들이 생길 가능성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사업의 성공에는 NHN과 CJ엔터테인먼트의 의지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양사의 의지는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협상 초기 과정에서 수익성 여부 때문에 NHN은 심사숙고하는 분위기였으나 지난 봄께 협상의 총책임자인 최휘영 NHN 비즈니스플랫폼 대표가 적극 나서면서 협상이 급진전됐다.
NHN도 단기적으로 수익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영화 유통 사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CJ엔터테인먼트의 경우도 보유한 영화의 온라인 유통을 꽁꽁 묶어오다가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섰기 때문에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단순히 영화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NHN측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공동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사업의 성공 의지가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실험은 현재 구상중인 서비스 모델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개연성도 있다. 정부측이 공공온라인 유통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어, 이 시스템이 정착될 경우 양사가 조인트 벤처를 통해 운영하는 시스템에 일부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영화시장 정상화 단초되나=2007년 불법 복제로 인한 영화산업의 피해액은 3천39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비디오와 DVD 부문 전체의 매출 규모를 능가하는 수치다. 온라인 영화 불법시장의 규모도 5천7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불법시장이 활개치면서 2005년 7.9%였던 한국영화의 투자수익률은 2006년 -24.5%, 2007년 -43%까지 떨어졌다.
결국 온라인 유통시장의 정상화가 한국영화 산업 발전의 주요 관건 중 하나인 셈이다.
불법시장으로 인한 DVD 등의 부가시장 축소는 극장에 대한 영화계의 수익 의존도를 높여왔다. 이는 자본이 많이 투자한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을 확대시키는 부작용 초래했다. 영화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가 극장에 걸릴 수 있는 기회가 원천봉쇄된 것이다. 특히 부가시장을 통한 장기적인 수익을 얻기 힘든 현실 속에서, 저작권자가 웃돈을 받고 부가시장 판권까지 자본력있는 통신.방송업자에게 넘겨버리는 사례가 다반사로 벌어져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CJ엔터테인먼트가 온라인 유통사업으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면, 영세 영화제작사들도 온라인 판권 등 영화의 부가판권을 한꺼번에 넘기는 문화도 감소해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찾기위해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형 영화 투자.배급사의 온라인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향후 불법 시장의 퇴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사업은 합법적인 사업 모델로 의미가 있다”면서 “영화시장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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