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새로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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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일주일 일정으로 대만에서 열린 글로벌 IT전시회 ‘컴퓨텍스 2009’. 경기 불황에도 전 세계에서 1800개 업체가 참가해 열띤 기술 경쟁을 벌였다. 국내에서도 상당수 업체가 참여했지만 단연 돋보이는 게 새로텍(대표 박상인)이었다. 부스 규모는 작지만 제품이 워낙 유별났기 때문이다. 새로텍이 컴퓨텍스를 겨냥해 선보인 전략 모델 ‘T9’은 전시회 기간 내내 화제였다. T9는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장착해 용량을 키우고 전면에 2인치 디스플레이로 5.1채널 음악을 동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풀HD급 쥬크 박스. 아이디어도 독특했을 뿐 아니라 미려한 디자인, 여기에 품질까지 뒷받침돼 까다롭기로 소문만 현지 바이어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이다.

 #새로텍, 국내 외장형 저장 장치의 역사

 새로텍이 해외로 진군나팔을 불었다. 외장형 저장장치 분야 세계 1위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새로텍은 아예 슬로건을 ‘전 세계인에 새로텍 제품을’이라고 정했다. 새로텍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컴퓨터를 좀 안다는 마니아에게는 친숙한 기업이다. 사업 분야는 외장형 저장장치. 쉽게 이야기해 노트북과 데스크톱PC의 메인 ‘하드디스크’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 게 외장형 제품이다. 동영상 파일 등으로 개인이 보관하는 데이터 양이 크게 증가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93년 설립된 새로텍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린터 포트를 장착한 ‘페러럴 타입(Parallel type)’ 저장장치를 개발하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상인 사장은 “애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을 개발한 이후 팔 곳이 없어 무작정 용산으로 달려갔다”며 “초기만해도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제품이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업 중간에 유혹도 많았지만 새로텍은 오직 저장장치 ‘한우물’만 고집했다. 국내 저장장치 역사를 쓴다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 때문에 새로텍 제품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프린터 포트에서 SATA, USB1.0, USB2.0까지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등장할 때마다 제일 먼저 제품을 내놨다. 서흥원 부장은 “IT쪽은 워낙 기술 흐름이 빨라 가장 잘 알고, 잘하는 분야만 집중해도 부족하다”며 “고집스럽게 한 분야만 파고 든 게 결국 저장장치 역사로 불릴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고 말했다.

 #디자인으로 독자 브랜드 구축

 새로텍은 이미 국내 외장형 저장장치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20% 점유율로 시게이트·웨스턴디지털·후지쯔 등 글로벌 브랜드를 가뿐히 제쳤다. 브랜드를 앞세운 삼성·LG전자도 새로텍 지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박 사장은 ‘1등 비결’을 디자인과 서비스에서 찾았다. 가장 많은 제품 수를 갖춰 사용 고객층을 넓히고 애프터서비스를 적극 강화한 점도 주효했다는 것. 여기에 차별화한 디자인으로 새로텍 고유 브랜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요즘 나오는 외장형 저장장치는 비슷한 기능과 성능을 지닌 제품이 대부분”이라며 “디자인을 강화하고 디자인에 바탕을 둔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경쟁 업체를 제치고 시장을 석권한 데는 앞선 서비스도 기여했다. 가격 경쟁력이 무너진 시장에서는 따로 고객센터를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외장형 저장장치처럼 저렴한 가격대 제품은 구매업체에서 바로 교환해주는 방식을 취해 고객센터가 필요치 않다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새로텍은 가격을 낮추기 보다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 때문에 고장이 나도 바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 주었다. 지방 고객의 경우 택배를 이용하는 데 개인이 이용하는 택배는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새로텍은 특정 택배 업체를 선정해 비용을 절감해 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각 광역시에 대리점을 두어 대리점을 통한 고객지원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제2의 성공 신화’

 LG전자·큐닉스컴퓨터 출신인 박상인 사장은 1993년 2월 새로텍을 창업했다. 1990년대 중반 대부분의 경쟁업체가 수입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에 의존했지만 그는 브랜드를 고집했다. 성장 기틀을 마련한 건 다름 아닌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였다. 내수 시장이 망가졌지만 독자 브랜드 덕분에 수출에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 1999년 유망정보통신기업에 이어 우수벤처기업,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500만달러 수출탑까지 수상했다.

 주춤했던 수출이 최근 환율과 맞물려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해외 평판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유럽의 유력 IT 관련 세 개 잡지(프랑스 ‘Micro-Hebdo’, 독일 ‘MACUP’, 스웨덴 ‘Mikrodatorn’)에서 새로텍 제품을 우수 상품으로 선정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드디스크 전체 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지난해 전 세계 외장 하드디스크 시장 규모는 6200만대. 시장조사 업체에 따르면 오는 2012년에는 1억5600만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박 사장은 “눈 높은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맞춘 IT 제품은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진리를 입증해 보이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