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에서는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각 시나 구별로 일본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거의 무료에 가까운 가격에 본인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어 거류 비자가 있는 외국인이 많이 신청한다. 내가 다니고 있는 일본어 교실에는 특히 중국인이 많다. 전체 학생의 70∼80%로, 이들은 대체로 IT 관계 회사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이런 직업을 가진 남편과 함께 온 부인들이다.
#2. 아내와 한국에 살 때의 일이다. 아내는 IT 인재를 양성해 일본에 소개하는 회사에서 일본어를 가르쳤다. 이러한 글로벌 취업 전략은 당시 신문이나 TV 등에서 해외 우수 취업 사례로 자주 소개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3. 며칠 전 일본에서 글로벌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일본 내 IT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났다. 처음 만나자마자 그가 하는 소리는 ‘죽겠어’다. 일본의 경기불황으로 자신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데 최근 중국인 인재가 많이 늘어났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한국인에 비해 일 숙련도는 떨어지지만 불황 속에서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인 인재를 최근 들어 많이 선호한다고 한다.
일본 후생성의 지난 4월 21일 외국인 고용현황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2009년 1월 말 기준 50만4360명에 이른다. 외국인 고용 신고 법률이 개정돼 지난 2007년 10월부터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장은 고용과 이직의 변경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이와 같은 통계는 ‘헬로워크’와 같은 일본 공공 직업소개소를 거쳐 이뤄졌다. 현재 전국 7만6811곳의 사업장에 외국인이 근무하고 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곳은 도쿄로 전체 취업자 중 약 25%가 이곳에 몰려 있다. 아이치현이 12%로 그 뒤를 잇고 있는데, 아무래도 아이치현에 있는 자동차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일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전체의 39.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대형 공장이 많다는 분석이다.
뒤를 이어 서비스업 19.7%, 음식·호텔업 10.4%, 도소매업 8.9%, 그리고 교육 분야가 7.7%다. 한국인은 음식·호텔업에서 20.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 내 외국인 근로자 ‘중국인’ 최다=그렇다면 일본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바로 중국이다.
전체 취업자 중 중국인이 무려 과반수를 차지했다. 브라질인이 20%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중국의 인재가 일본으로 넘어오고 있다. 일본의 재류 외국인 통계에서도 드러나듯 대만인을 포함한 중국인이 2007년 말 61만명으로 재일교포와 한국인을 포함한 수치인 59만명을 넘어섰다.
또 일본 법무성 자료에 따르면 기술, 국제 업무 등 고급 직종에 취직한 중국인과 한국인 비율이 2005년까지는 대체로 1:1을 유지해왔지만 2006년을 계기로 중국인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인재의 일본 유입은 근본적으로 일본의 기술자 부족현상 때문이다.
지난 1990년에 79만명이었던 이공계 학부 지원자는 2008년에 들어서 50만명으로 20년 사이 3분의 1이 줄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일본의 심각한 기술자 부족을 초래하게 됐고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정보, 통신 관련 기술자 부족은 현재 약 5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기술 인력 부족 해소 고육책=기술자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의 기술자 파견업체는 중국에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전문학교를 설립했을 정도다.
일본의 대표적인 기술자 파견업체인 ‘메이테쿠’는 2004년 중국 수향의 도시 항저우를 시작으로 현재 중국 각지에 5곳의 전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지원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중국에서 관련 대학을 나온 학생으로, 6개월간의 연수과정을 거쳐 일본에 파견되고 있다. 6개월 학비가 1만5000위안(약 273만원)으로 중국 현지 대졸 초임의 7배가 넘는 큰 금액이다.
그런데도 경쟁률이 20 대 1이 넘는 이유는 일본 회사에 취직되면 한 달 월급으로 대략 20만엔(약 258만원) 정도 받을 수 있어서다.
메이테쿠만이 중국에 교육센터를 설립한 것은 아니다.
가나가와현에 있는 기술자 파견 업체인 ‘알프스기연’도 중국 산둥성의 대표적 무역항인 칭다오의 한 대학과 제휴를 맺고 현재까지 300여명의 중국 학생을 일본 기업에 소개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3월에는 IT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표적 일본 기업인 후지쯔비즈니스시스템이 중국 IT 인력 양성을 목표로 중국 업체와 제휴하도 했다.
여기에 정부차원의 노력도 추가되고 있다. 2007년 중국과 일본 양국 정부는 중국 인재양성을 위해 향후 8500만엔(약 10억원)을 무상 제공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친화력·성실성으로 인정받아=일본인이 중국인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일본의 화교신문인 중문도보(中文導報)에서는 지난 2월 20일자에 불경기 속 재일중국인의 고군분투기를 실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경기 악화로 자국민도 일자리가 없는 상황 속에서 중국인 특유의 친화력과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성실성으로 일본 내 가장 큰 외국인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계 브라질 이민 2세, 3세보다 중국인이 일본 내에 많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중국 인재의 증가와 함께 일본은 외국인 감시강화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바로 ‘체류카드’ 제도로 기존의 외국인 등록증에 비해 감시를 강화한 정책이다. 위조 불가능한 칩이 내장된 체류카드는 기본 정보 외에 취업여부에 관련된 자료도 들어가 있어 불법체류 유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고급인력의 취업 기회는 더 늘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불법체류자의 근로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자 하는 속셈인 것이다.
도쿄(일본)=김동운 태터앤미디어 일본 블로거(doggul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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