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사무실’인 모바일 오피스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는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휴대단말기(PDA), 노트북 등 휴대형 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말 그대로 별도의 사무실 공간에 대한 의미가 없어진다.
최근 삼성증권을 비롯해 롯데마트, KT&G, 하나대투증권, 현대기아자동차 등 업계 대표 기업들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형태의 모바일 오피스 구축에 나서면서 이른바 ‘3세대형 모바일 오피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는 그동안 주로 글로벌 IT 기업이나 특정 산업의 전문 업체에 한해, 그것도 한정된 업무에도 주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잇달아 도입을 서두르면서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위피 탑재 의무화 폐지로 시장 확대=모바일 오피스 확산 배경에는 경기 침체의 영향이 컸다. 기업들이 모바일 오피스 도입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업무 생산성을 배로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모바일 오피스 환경 구축으로 직원들은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내 메일을 확인하거나 관련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다. 또 결재 등의 서비스 처리를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들은 최근 불황 극복 전략으로 ‘스피드 경영’ 을 내세우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이런 스피드 경영 전략을 지원하는 핵심 도구로 모바일 오피스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는 데이터 통신의 문제와 지원 단말기의 부재, 보안 문제 등으로 모바일 오피스의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련 기술들이 크게 개선되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여기에 첨단 모바일 기기에 걸맞은 서비스도 시장 저변 확대에 새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시장 분위기와 함께 휴대폰의 위피(WIPI) 탑재 의무 규정이 폐지된 점도 모바일 오피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피는 정부가 의무화한 국내 휴대폰의 공통 무선인터넷 플랫폼으로, 지난 4월 1일부터 탑재 의무가 폐지됐다.
백광호 엠쓰리모바일 부장은 “국내 진입장벽이 무너지면서 블랙베리와 같은 외산 단말기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할 때 필요한 스마트폰도 대거 출시되면서 관련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3세대 모바일 오피스 시장으로 진화=국내 모바일 오피스 시장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하더라도 사내 무선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정도가 모바일 오피스로 대변되던 시절이었다.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하던 1세대 모바일 오피스 환경의 단말기는 노트북이 주축을 이뤘다. 2세대에 들어오면서 모바일 기기들이 보다 다양해진다. PDA를 비롯해 다양한 휴대폰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2세대 수준의 모바일 오피스를 활용하고 있다.
진정한 모바일 오피스를 구현하려면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서야 한다. 모바일 기기에서 기업 내부의 인트라넷을 포함해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포털(EP) 등을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3단계 모바일 오피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휴대폰으로 업무관련 정보 검색은 물론 원격 서류결재 등 각종 업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진정한 모바일 오피스 환경이 구현되는 것이다.
3단계의 경우 아직은 많은 기업이 시범 적용하고 있거나 혹은 일부 사업부에 한해서만 구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장에서 활동하는 영업 사원이나 서비스 요원 위주로 적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3세대 모바일 오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 삼성증권 등이 최근 모바일 오피스 구현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증권의 경우 모든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사내 업무 환경들을 고스란히 스마트폰에 탑재해 지급했다. IP폰과 스마트폰을 결합한 것은 국내 최초였다. 스마트폰에서 e메일, 메신저, 홈트레이팀시스템(HTS), 각종 오피스 작업이 가능해지면서 움직이는 사무실이 현실화됐다. 각종 금융 상품을 조회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주식현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
◇기업 시장 놓고 통신사 격돌=현재 모바일 오피스 시장은 통신사업자들이 주도해 가고 있다. KT(옛 KTF), SK텔레콤, LG텔레콤 등이 관련 영업 조직을 갖추고 제대로 맞붙을 태세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모바일 오피스 환경 구현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IP텔레포니, IP콘택트센터, UC 등) 관련 솔루션 제공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기대만큼 큰 성과를 올리진 못했다. 이런 가운데 통신사업자들이 유무선통합(FMC) 서비스를 들고 나오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3사 통신사들은 기존 유선 시장이 포화되면서 데이터(무선)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며 FMC 서비스 경쟁에 나서고 있다. FMC 서비스는 기업 사내 인터넷(IP)망과 휴대폰 무선랜을 연동해 휴대폰으로 구내전화 통화, e메일 송수신, 문서 결재, 일정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유무선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모바일 오피스 환경 구현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즉 기업 내에서는 무선랜(Wi-Fi)을 이용한 인터넷전화(VoIP)를, 외부에서는 일반 휴대폰처럼 이용하기 때문에 FMC 서비스의 경우 업무효율성을 높이면서 통신비도 줄일 수 있다. 통신사들은 수익적인 측면이나 사업의 안정성 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개인용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고스란히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도 연출될 전망이다.
◇FMC용 단말기 다양화=3사 통신사가 유무선통합(FMC) 서비스 시장을 놓고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현재 모바일 오피스와 관련해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현재 SK브로드밴드와 함께 FMC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에서 FMC를 지원하는 휴대폰은 4가지다. 과거 블랙잭 단말기인 M620과 M470, M480, M490(T옴니아) 등이 있다. 향후 계속 관련 단말기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며 기존 기업영업 조직에서 모바일 오피스 관련 사업을 전략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대표 사이트로는 지난 3월 가동에 들어간 CJ제일제당을 들 수 있다. 양사는 공동으로 모바일 포털을 개발했고, 스마트폰 하나로 결재·메일·직원연락처·게시판 열람 등 사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KT의 경우 최근 삼성증권에 FMC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다양한 기업들과 서비스 제공 협의를 진행 중이다. KT는 향후 출시할 무선랜 탑재 스마트폰 대부분을 FMC용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텔레콤은 아직 KT, SK텔레콤에 비해 사업 준비가 늦은 편이다. FMC용 단말기도 상용화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차세대 수익 사업으로 지목하며 대전에 있는 기술연구원에서 관련 단말기와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시범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단말기 출시 일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조만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향후 과제=올해 들어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 오피스 구현에 관심을 가지고 검토 중에 있지만 실제 도입을 하기에 앞서 꺼리는 요인도 많은 상황이다. 특히 스마트폰 등과 같은 첨단 휴대 단말기의 가격이 여전히 부담스러운 존재로 남아 있다. 최근 시범 프로젝트로 추진한 곳은 원래 가격의 50% 이상을 할인받았지만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을지는 의문시된다. 단말기 가격이 내리지 않는 한 쉽게 도입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임원들의 경우 단말기를 지원해 줬지만 직원들의 경우 비용부담이 커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개인적으로 구입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전 직원으로 확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FMC 서비스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유무선 서비스 전환 시 발생하는 통화 품질 저하와 요금 처리 문제 등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또 모바일 오피스용 관련 단말기들의 전력 소모가 큰 것도 풀어야할 과제 중의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예전에 불거져 나왔던 보안 문제는 많이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보안 알고리듬이 높은 수준으로 지원되고 있으며 기업들의 보안 정책도 강화되면서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모바일 오피스 환경 구현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업 경영진들의 전사 지원이다. 업무 프로세스의 변경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 부분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또 직원들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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