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온라인 유통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이를 위해 총소요예산 6000억원을 투입했다는 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내년 상반기에 인터넷 쇼핑몰을 개장한다는 목표다.
네이버는 NHN의 포털서비스로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한곳으로 묶는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3년부터 블로그 등 커뮤니티는 힘없는 네티즌의 목소리를 담는 큰 그릇 역할을 했고 탈권위의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돋보이는 상상력과 재치 있는 유머로 사회적 관심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시대를 공감한 그 고마움은 특별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네이버가 인터넷 쇼핑몰을 디딤돌로 오픈마켓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온라인몰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회원이 3400만명에 달하는데다 공통의 관심사로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몰 진출이어서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측은 전자결제업체에 플랫폼을 빌려줄 뿐 전자상거래를 본격 도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온라인몰 업계는 네이버의 이 같은 움직임에서 향후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오픈마켓인 1, 2위인 옥션과 G마켓이 한 식구가 됨에 따라 네이버가 이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경쟁체제에서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의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다. 네이버가 인터넷 쇼핑몰에 진출하면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소비자 역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판매자 측에서도 나쁠 것은 없다.
온라인몰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네이버가 가진 파급력이다. 실제로 네이버 카페 가운데 하나인 ‘중고나라’는 약 300만명에 이르는 회원이 활발한 거래를 하고 있다. 웬만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능가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이 네이버가 갖고 있는 트래픽이다. 네이버가 초기 검색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검색 결과를 보여줄 만한 콘텐츠가 국내에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후 콘텐츠를 모으고 가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식인도 그러한 뜻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해 네이버가 갖고 있는 포털의 트래픽은 상상 이상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국내 최강 포털로서 충실한 정보전달자 역할을 해왔다. 흘러가야 하는 강에 둑을 쌓아 막으면 안 되듯이 정보의 흐름에도 둑을 쌓으면 안 된다. 네이버는 최강의 포털답게 원활한 정보 흐름을 유지해야 하고 그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기반으로 수익사업을 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네이버가 이미 핵심 사업인 검색에 충실하기보다 대부분의 우수 검색결과를 광고화했다고 주장한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포털을 찾는 소비자에게 네이버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네이버가 직접 쇼핑몰을 하게 되면 공평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이 비판의 대상에 오른 적이 있다. SK라는 거대 통신회사가 오픈마켓에까지 참여하고 있지만 시장 행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네이버의 온라인 유통사업 진출 또한 이 같은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때로는 국내 최강의 지식포털로서 정보의 흐름을 존중하고 산업을 아우르는 모습도 필요하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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