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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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경기에서 관중의 역할은 그냥 구경꾼이 아니다. 관중이 없는 스포츠 경기처럼 무미건조한 것도 없다. 선수들도 신이 나지 않고,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도 않는다. 연극의 3요소에 관객이 들어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스포츠 경기의 관중을 영어로 오디언스(audience)라고 부르지만 골프에서는 갤러리(gallery)라고 부른다. 갤러리라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 뜻이 있는데, 첫째는 폭이 좁고 길쭉한 회랑이다. 미술관의 전시실도 이런 의미라고 생각된다. 둘째는 구경꾼이라는 뜻이다. 영국 의회에서는 일반 참관인을 퍼블릭 갤러리라고 부른다. 스포츠 중에는 테니스와 골프에서만 관중을 갤러리라고 부른다. 셋째로는 ‘장삼이사’의 의미로 쓰인다. 별 볼일 없는 무리라는 뜻이다. 아마 테니스와 골프의 관중도 이런 뜻에서 파생된 것 같다. 테니스와 골프는 영국의 귀족들이 즐기던 운동이니 이를 구경하는 인간들은 ‘별 볼일 없는 무리’ 즉 갤러리로 불렸던 것 같다.

 2003년 US오픈 셋째 날, 갤러리 중의 하나가 휘파람을 부는 바람에 타이거 우즈가 미스 샷을 했고 이것 때문에 리듬이 무너져서 당연히 우승이 예상됐던 타이거 우즈는 땅을 쳤다고 한다.

 농구 경기를 보자. 프리 드로를 하는 상대편 선수를 방해하기 위해 홈팀 관중은 링의 뒤편에서 정신이 산란할 정도로 ‘우∼’ 소리를 지르며 길쭉한 풍선을 흔들어 댄다. 프리 드로하는 선수는 그런 방해 속에서도 80% 이상의 확률로 프리 드로를 성공시킨다. 그러나 이런 행위를 비난하는 선수나 방송 해설자를 본 적은 없다(많이 있겠지만 내가 과문한 탓일 게다). 프리 드로를 할 때, 쥐 죽은 듯 조용하다면 농구 경기를 보는 재미가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투수가 볼을 던지면 관중은 큰 소리로 야유를 보낸다.

 골프는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갤러리는 숨을 죽여야 한다는 논리다. 농구는 그렇지 않다는 말인가. 정신을 집중하지 않아도 프리 드로는 들어간다는 뜻인가. 골프에서 홀 컵은 볼 세 개를 늘어놓은 크기지만, 농구의 링은 볼 크기의 1.15배에 불과하다. 물리적으로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골프에서 갤러리의 방해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하는 논리는 귀족들만이 플레이를 하고 천민들이 구경하는 운동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으로 추측된다.

 “감히 천민 나부랭이들이 귀족님들이 플레이를 하시는데 옆에서 떠든다? 예전 같았으면 능지처참을 해버렸을 것을, 세상이 좋아져서 목숨이나마 보존되는 줄 알아라” 하는 소리가 귓전에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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