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실물경제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내수와 수출, 투자 이 세 가지에 의해 경제는 지탱되고 성장 또한 진행되는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많은 기업의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생존을 위한 비용 줄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사실 유동성 확보와 수익성 방어 등의 당면 문제 앞에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잘나가던 기업이 경기 침체기에 무너지거나 그 반대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0년대 초 경기 침체기를 분석한 매킨지 조사자료에 의하면 시장점유율 상위 25%에 속했던 미국 기업들 중 절반 정도가 경기 침체기에 그 지위를 잃어버렸다. 반대로 같은 기간 하위 25%에 속하던 기업들 중 14%가 상위그룹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기라고 해서 무작정 움츠려 있을 수만은 없다. 도약을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신사업으로의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 세계 불황을 주도한 미국에서 자동차 분야는 대표 기업인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위기로 ‘지옥의 업종’으로 불릴 정도다. 자동차 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현대자동차는 시장점유율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위기긴 하지만 가격경쟁력과 중소형차 제작기술을 갖춘 현대자동차에는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되고 있다.
사실 호황기에는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나 자원 등이 풍부해 비용 및 효율 분석에 의한 냉정한 투자보다는 ‘묻지마’ 투자를 한 사례가 많다. 기업 체질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버릴 집중해야 할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황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바로 기업의 핵심역량을 찾아내는 것이다.
소니가 주도해온 게임시장의 왕좌를 차지한 닌텐도는 시장이 추구하는 방향을 무조건 좇기보다 자사의 핵심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해 성공한 사례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PS) 신화를 이룩하며 화려한 그래픽과 메모리 등 기술적 개발에 전념할 때, 닌텐도는 자사의 기술적 열세를 인정하고 게임기의 본질인 ‘놀이’와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어머니가 싫어하지 않는 게임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기 DS다. 기업 성공의 열쇠가 되는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수다.
첫째 기업 내에 있는 여러 가지 요소 중 기업의 경쟁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요소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구성원들 간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참여의식, 내가 속한 조직만을 생각하는 조직 이기주의를 버리고 기업 내 여러 부서와의 정보 공유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분명한 목표’다. 상세하고 측정 가능한 목표 아래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지속적인 실행과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랜 기간 지속적인 개선과 향상의 과정을 거쳐 핵심역량은 강화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 개발만으로 기업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핵심역량과 결합될 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것을 알기만 해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 이사 oks6012@ldc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