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적인 소비하강 기류 속에서도 국내 백화점들은 타 업종에 비해 탄탄한 실적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19조5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전년도 매출액 18조7000억원보다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2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한 것은 명품 매출의 성장세 덕분이다. 다양한 소비 계층별 성향 차이가 불경기에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백화점 기업들은 매스(Mass) 마케팅의 한계를 더욱 절감하게 됐다. 이에 백화점들은 타깃(Target) 마케팅을 위한 정밀한 정보 분석 기법을 요구, 관련 IT시스템을 빠르게 진화시키고 있다. 객수정보시스템, 주차유도시스템 등 고객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와 시스템들이 활발히 도입되는 한편, ‘지식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임직원들의 전략적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비즈니스 IT 인프라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접목해 고객 만족도 높여라=백화점들은 매스 마케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타깃 마케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무차별 대량 DM 발송으로 인한 비용 낭비와 비효율성을 지양하고 고객별 맞춤 정보를 정확히 제공함으로써 매출을 진작시키자는 의도다.
고객관계관리(CRM)를 위한 수집 정보의 폭을 늘리고, 분류 방식도 단순 매출액 기준이 아니라 지역별 매출성향 혹은 실수익 비중, 빈도수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왕석 롯데백화점 전산정보팀장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타깃 고객을 대상으로 고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DM 방법을 찾고 있다. 고객과 매출 정보에 데이터 마이닝을 실시,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성공률 높은 유형별 타깃 마케팅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과 CRM을 연계하는 등 주요 업무 시스템간 데이터 연동 혹은 통합 노력도 두드러진다. 오규모 현대H&S 현대백화점IT실 차장은 “웹2.0 시대에 소비자들은 의사 표현이 분명하고 참여 의지도 높다”며 “이러한 소비자 마케팅을 업무와 연계되지 않는 개별 시스템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제 무리”라고 전한다. 따라서 “백화점 내 모든 시스템에서 데이터들이 연계돼 활용될 수 있도록 업무와 정보의 연동성, 통합성을 강화하며 업무 부서간 협업 체제를 진작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정확한 타깃 마케팅을 위해 특정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구매했는지 단품 관리도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필요성 또한 강도 높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POS 시스템으로는 대략의 제품 분류와 매출액 등 단편적인 정보 수집에 만족해야 한다. 점포 내 입주 매장에서 POS 정보를 직접 관리하면서 매출액 중심으로 정보가 입력되기 때문이다.
정보 수집의 한계와 그로 인한 정보 분석과 활용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현대는 고객이 구입한 제품의 종류, 사이즈·색상 등 POS 정보를 다양하게 입력하도록 하고, 이 데이터를 백화점 차원의 데이터로 축적하기 위한 연계 작업도 수행하고 있다. 일부 입주 브랜드와 협의해 제품 코드 체계를 공유, 판매된 제품의 코드 정보를 백화점 내부의 제품 코드번호와 1:1 매칭시키는 것이다. 롯데는 2007년 단품 시스템을 구축하고 별도 조직으로 단품 업무 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신세계도 올해 초 CRM에 단품 관리 기능을 추가하는 등 단품 관리 역량을 높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객수정보 시스템에도 관심이 높다. 객수정보 시스템은 출입구별 시간당 출입 고객과 구매 성향, 매출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신세계는 백화점 업계 최초로 지난해 본점에 객수정보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올해 신축한 센텀점에도 설치했다. 전창우 신세계I&C 백화점팀 수석부장은 “현재 정보 수집 및 축적 단계이며, 향후 시간·요일·날짜별 고객 수와 특정 행사 시 효과 등을 분석해 체계적인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는 객수정보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곧 가동하게 될 것으로 전했다. 객수정보 시스템을 구축했거나 구축 중인 백화점은 이 시스템을 발전시켜 방문 고객의 출입구별 소비 동선을 파악함으로써 효율적인 매장 구조, 직원 배치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서비스 강화 노력은 지하 주차장에서도 계속된다. 최근 롯데 본점과 신세계 센텀점은 주차장에 주차 관제·유도시스템을 구축해 인력 효율성과 대고객 서비스 수준을 동시에 높였다. 주차장 천정에 설치된 센서가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을 파악하고 이를 관제 시스템에 전달한다. 그리고 주차장에 차량이 진입하면 자동으로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을 안내해준다. 고객들은 주차 공간을 찾아 주차장을 배회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빠른 시간 내 백화점 매장으로 들어와 오랜 시간 머물다 갈 수 있는 것이다.
또 주차 관제·유도시스템을 영상 시스템과 연계해 차량이 훼손되면 훼손된 사항을 고객에게 알려주는 친절함도 발휘한다. 롯데 일부 지점에서는 차 번호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RFID 장착 VIP 주차카드를 제공해 VIP 고객의 출입 정보를 실시간으로 인식, 맞춤 서비스를 부여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내부 IT인프라 개선 및 지식경영 가동=현재 국내 백화점 업계는 철저한 ROI 검토와 가치분석에 근거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현재 상위 3개 백화점 중 롯데만 재무, 회계, 구매 부문에 SAP 전사적자원관리(ERP) 패키지를 도입, 운영 중이다. 매입과 영업정보 등을 관리하는 MD 시스템, POS 시스템, 사은 시스템, 배송 시스템 등 고객접점 시스템은 롯데정보통신과 협력해 자체 개발, 구현했다. 현대와 신세계는 주요 기간계 시스템 및 고객접점 시스템을 각각 현대H&S, 신세계I&C를 통해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
양성수 현대H&S 현대백화점IT실 부장은 “역동성이 강한 소비자와 발맞춰야 하는 백화점 시스템은 탄력적 대응이 생명이므로 자체 개발 및 유지보수의 필요성이 높다”며 “패키지 솔루션 도입도 수차례 검토했지만 현재 패키지 제품은 백화점 주요 업무 프로세스의 60% 정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백화점 업계에서도 업무 효율화를 목적으로 업무 프로세스가 표준화 및 정형화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향후 패키지 도입 검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국내 백화점 업계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수록 패키지 제품의 도입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의 경우 국내 시스템을 중국 북경, 천진, 러시아 모스크바 등 해외 지점에 구축 및 확산하고 있다.
롯데는 그룹 차원 IFRS 대응을 위해 올해 안에 ERP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완수한다는 계획이다. 한왕석 롯데백화점 전산정보팀장은 “ERP 업그레이드와 함께 기존 매입·매출 시스템의 인터페이스 문제 등을 연내 마무리할 것”이라며 “1년간의 시범 운영기간을 거쳐 2011년 정상 운영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그간 백화점들은 업무 특성상 경영 지원 시스템이나 내부 업무 지원 시스템보다 POS 시스템, 사은품관리 시스템, 매출 시스템, 캠페인 시스템과 같은 고객접점 시스템이 중요하며, 또 발달해 있다. 하지만 최근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임직원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혁신함으로써 직원들의 지식 역량을 높이고 협력업체와 협업 체제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 백화점 업계의 새로운 화두다.
그룹웨어 개선, 전자문서화, 온라인 업무 공유방 마련 등으로 지식관리를 하고 나아가 ‘어떤 고객이 와도 언제나 수준 높은 서비스를 어떤 직원에게서나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지식경영 체제 마련의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왕석 팀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정보공유와 내부 업무의 유연성 강화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롯데정보통신이 개발한 롯데그룹의 그룹웨어 ‘통합MOIN’ 적용을 검토 중이며, 그룹 내 계열사들과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현대는 현대백화점 그룹 내 현대지식정보 시스템(H-KIS)의 전면 재구축을 이달부터 연말까지 진행한다. 그룹웨어와 사내 메신저를 연계하고, 내부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과의 커뮤니티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도 그룹웨어 재구축 방안을 모색 중이며, 웹 2.0 기반 포털을 목표로 계정 통합 및 EDMS 구축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협력업체와 업무 프로세스 단축 및 전자문서화도 확대되고 있다.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 바이어, 협력업체, 숍마스터, 유지보수 업체 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현대와 신세계는 전자문서교환(EDI), 구인구직, 약속 관리 등 협력사 관련 업무 지원 온라인 창구를 일원화하고, 협력업체 사이트를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한 통합 포털로 개선했다. 신세계는 최근 회계전표와 각종 증빙자료를 전자적으로 관리하는 전자회계시스템도 구현했다. 현대는 올초부터 공문 등 관련 종이 문서를 전자 문서화해 업무 프로세스를 단축시키는 등 프로세스 개선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인적 자원 배치의 효율화도 빼놓을 수 없다. 매장 내 무인 전산화를 정착시켜, 중앙 전산센터 한 곳에서 점포의 매장에 있는 서버/네트워크 장비, POS, PDA 등 전산 장비를 감시하고 원격으로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는 2007년부터 중앙 감시제를 도입해 서울 구로동 신세계I&C 전산센터에서 관리 중이며, 롯데는 백화점 전 지점에 대한 중앙관제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이다. 현대도 PDA 등을 원격으로 감시·제어하는 지원센터를 압구정 본점에 두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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