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한 분이 고인이 된 동생의 아이들을 친자식 못지않게 잘 키워서 미국의 명문대학에 입학시킨 얘기를 들었다. 한 집안 식구이므로 당연하다고 할지 모르나 누구도 하지 않은 쉽지 않은 헌신의 선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상대가 곤궁에 처하거나 안타까운 시간을 보낼 때 서로 매끄럽지 못한 관계에 있어도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는 게 우리네 미풍양속이다.
오늘까지 지난 7일간, 노 전 대통령의 추도기간에 동네 조기 축구회와 테니스 동호회도 얼마간 아침운동도 쉴 정도였다. 그런데 남북정상으로 10·4 선언을 함께 했던 이의 애도기간에 북한은 2차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이다. 그들의 무력시위는 상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그들의 프로그램대로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누구도 안중에 없는 막무가내 식이다.
이달 초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된 우리나라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이 북한 상선인 다박솔호를 해적으로부터 구출, 보호해 주었다. 배 이름인 다박솔은 김정일 정권의 선군정치 시작점으로 보는 1995년 정초에 다박솔 부대 순시에서 유래됐다. 다박솔 초소의 설경은 선군팔경으로 지정할 정도로 북한의 선군정치와 관련이 있다. 이런 상징적 의미를 가진 선박을 구조한 것은 가슴 따뜻한 지원으로써 거부할 수 없는 화해의 손길을 전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박솔호의 구조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 감사 표현이 없을 정도로 북한 당국은 담을 쌓고 고립과 대결의 길을 택하고 있다. 그릇된 마이웨이 식 핵 소식만 전하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선택은 2012 강성대국 건설의 밑바탕이 되지도 못할 것이다. 설령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곧 강성대국으로 가는 길이 아님을 파키스탄 등의 사례에서 충분히 볼 수 있다.
한국은 북한에 지난 10년간 많은 것을 주어왔다. 북한은 이미 한국으로부터 손쉽게 얻는 방식에 길들여진 것이고, 이것을 정상적 궤도의 남북관계로 올려놓는 게 쉽지 않다고 보일 정도다. 지금은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며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할 일인지 모른다.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발표라는 대응이 북한에는 당혹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남한을 참 물렁한 존재로 여겼는데 그것이 아님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는 북한이 새로운 국제 및 남북환경에 적응할 기간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그들의 방식대로 행할 때 받은 달콤함을 더 이상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국제사회에서 정상일원이 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것을 북한의 항복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단아나 왕따에서 벗어나 정상화되는 것으로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남북 관계는 검은 먹구름이 낀 최악의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해결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화의 모든 자리를 걷어 차버린 북한이 경색 타개의 키를 쥐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데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북한의 막무가내 식 선택이 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이 알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로서는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답답한 마음에 섣부른 대안을 내놓지는 말아야 하며, 냉·온탕 정책으로 그들을 혼돈스럽게 만들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가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반적으로는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발상하에 유연하면서도 단호한 대북 정책의 틀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그들의 변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상황 타개를 위한 적극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고아가 된 동생의 아이들을 돌보듯 형제의 마음으로 계속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남북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성의 있고 유연한 자세를 갖고 행하는 것이다. 우리의 진정성을 그들이 알 수 있도록 우리가 동포로서의 역할을 다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현규 KISTI 미래지식연구팀장 hkchoi@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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