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시네마 읽기] 박물관이 살아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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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초월 박물관이 온다.’

 기발한 상상력의 판타지 액션 어드벤처로 불렸던 ‘박물관이 살아 있다’. 이 영화는 유독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유명한 주연 배우가 나오지 않지만 480만명이 영화관을 방문했다. 이 정도면 속편에 기대를 걸 만하다. 다음달 4일 개봉하는 ‘박물관은 살아 있다2(숀 레비 감독, 벤 스틸러·로빈 윌리엄스·오언 윌슨·에이미 애덤스 주연)’는 더 커진 스케일에 다양한 캐릭터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 영화는 전편의 그것을 그대로 따르지만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을 가뿐히 뒤집은 작품으로 불릴 만하다. 전편에서 뉴욕 자연사 박물관의 밤을 깨어나게 했던 강력한 힘을 가진 아크멘라의 석판이 이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장소의 전이는 스케일도 바꿔놨다. 오만 가지 것이 다 살아나고, 심지어 살아나서는 곤란한 것들마저 살아나버린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우리의 래리는 석판을 지키고 위험에 빠진 친구들을 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스미스소니언 단지 중 가장 매혹적인 항공우주 박물관과 스미스소니언캐슬, 링컨 기념관으로 범위를 좁혀 전개된다. 박물관의 밤을 깨우는 신비한 힘을 가진 고대 이집트의 아크멘라 석판. 이번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살아나게 한다. 다양한 전시물이 있는 탓에 전설의 파라오 ‘카문라’도 1000년의 잠에서 깨어난다. 아크멘라의 형이기도 한 카문라는 악의 화신이라 불릴 정도로 사악한 존재. 석판의 원래 주인이기도 한 그는 이 신비한 석판을 손에 넣어 못다 이룬 세계 정복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지하 군대를 부활시키려 한다. 지하 세계로 통하는 문인 ‘카문라의 문’의 봉인을 풀려는 카문라에 맞서야 하는 래리는 이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뿐 아니라 세계의 운명을 지켜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설상가상, 래리를 도우려던 제레다야가 카문라의 포로가 되면서 래리는 위험에 빠진 친구까지 반드시 구해내야만 한다.

 전편인 박물관은 살아 있다의 흡입력은 캐릭터의 다양성과 도저히 살아 움직일 것 같지 않는 사물이 생명력을 얻는 순간에서 뿜어 나온다. 이런 장점은 두 번째 작품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비록 박물관이라는 장소는 바뀌었지만 특유의 아우라는 스크린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물론 이런 점을 싫어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말이다. 특히, 전편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벤 스틸러의 매력은 속편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질서가 없는 것 같지만 시종일관 일사분란한 체계 있는 연기. 나사가 빠진 것 같지만 잘 짜인 동선. 이런 벤 스틸러의 장점은 속편에서 화학적 상승 작용을 충분히 뿜어낸다. 포로가 된 친구를 구하는 모습에선 비장함마저 드러나고 박물관을 이리저리 파헤치고 다니는 연기에선 고생의 흔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뭐니뭐니 해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살아 있는 소품들의 움직임이다. 외신에 따르면 영화 제작진에게 주어진 큰 숙명은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작품은 이런 지상 과제에 아주 충실하다. ‘박물관은 살아 있다2’는 배경이 주인공이 되고 주연이 피상화되는 몇 안 되는 작품이다. 소품으로 쓰인 어느 하나도 소흘히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모든 생명은 조물주의 뜻이듯 이 작품에 출연한 혹은 배치된 각종 예술품도 나름의 존재 의미를 지닌다. 이야기와 관계된 임무를 부여받았든 그렇지 못했든 말이다. 박물관은 살아 있고 영화는 웃음이 넘친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