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글로벌 스타를 향해] (3부-7)세계 표준을 잡아라

 ‘표준을 잡는 자가 시장을 장악한다.’

 소프트웨어(SW)기술표준을 장악하기 위한 국제적 경쟁이 점점 더 과열되고 있다. 인터넷(IP)TV, 모바일TV, 텔레매틱스 등 각종 융합 서비스가 진전되면서 신규 SW시장 선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서로 다른 플랫폼 간 호환성 확보를 위해서는 SW표준화가 선결 과제라는 업계의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기업은 물론이고 각국 정부까지 나서서 국제회의 등지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SW시장은 표준을 주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SW와 호환성 확보가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관련된 다른 제품들이 표준을 기반으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등과 같이 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결정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만큼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또 자사의 제품이 글로벌 기술표준으로 등극하게 되면 시장 확대에 전기를 맞는 것은 물론이고 경쟁 사업자를 단번에 따돌리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이 철로의 간격을 남부 표준 5피트와 다른 4피트8.5인치로 결정하면서 남북 간 물류를 차단, 남부군을 고립시키는 효과를 거뒀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SW업계에서는 기업들이 글로벌 표준을 확보함으로써 세계 시장을 장악하려는 전략이 일반화됐다.

 한 번 시장을 선점한 선두 제품은 제품으로 창출한 수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고 후발업체들이 동등한 수준의 기능을 제공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돼 강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SW 사용자가 많을수록 그 제품의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가 높아지는 특성이 있고 그 제품이 사실상 표준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특성이 있다.

 어도비의 온라인 문서 포맷 ‘PDF’는 실질적으로 시장을 장악해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인정받고 있다가 공적인 기구가 평가 및 협의로 결정한 ‘공적 표준(de jure standard)’에까지 등극해 시장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어도비 PDF는 지난 1993년 전 세계에 공개된 이래 PDF로 만들어진 문서를 읽는 ‘어도비 리더’가 5억개 이상 다운로드되는 등 전자문서의 사실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08년 ISO에 PDF의 저작권 및 관리권을 넘기기로 결정하고 국제표준(ISO 32000-1)으로 지정됐다.

 시장 표준을 장악한 기업이 다시금 공적 표준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것은 무엇보다 공적인 인증이 있을 때 시장 확산이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신뢰성 등을 공적인 기관에서 인증받고 그에 따라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유료로 판매하는 관련 프로그램 역시 확산될 것은 자명하다.

 어도비가 시장표준을 확보한 이후 공적 표준 인증을 추진한 것에 비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피스 문서 포맷 ‘오피스 오픈 XML(OOXML)’의 공적 표준 인증에 사활을 걸었다. OOXML이 공적 표준 인증을 받지 못한 가운데 경쟁 포맷이자 ISO에서 표준으로 인정받은 ODF(Open Document Format) 진영이 세를 무섭게 확장해 나갔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OOXML 대신 ODF를 지원하는 SW만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등 ODF는 전 세계 공공기관의 표준으로 급부상해나갔다. 국제표준이라는 명분은 정부가 ODF를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고 이를 의무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벨기에,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국가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인도, 일본, 러시아 등의 국가도 SW구매 시 ODF지원을 의무화했거나 권고했다. 여기에 MS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텍사스 등 일부 주정부가 ODF를 강제해 MS를 긴장하게 했다.

 MS가 이들 정부에서 인정받는 방법은 OOXML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드는 것뿐이었다. MS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 오랜 논란 끝에 지난해 4월 ISO 표준으로 등극했다.

 통신업계에서의 표준도 마찬가지다. 통신업계에서는 기술 방식의 변화가 급속히 일어나는만큼 얼마나 빠르게 시장 표준을 선점해 나가는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 1세대(G) 이동통신 아날로그 휴대폰 시장에서는 미국의 AMPS방식이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이때 미국의 모토로라는 AMPS방식에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이동통신 부문 최강자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2G로 넘어가면서 유럽방식(GSM)이 미국방식을 누르고 사실상의 표준으로 등극하면서 모토로라는 노키아 등에 선두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국내 SW업계는 이들 글로벌 기업들의 표준 전쟁을 거울 삼아 초기 시장 공략에 고삐를 조여야 한다. 기술개발, 적극적인 마케팅 등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동조하는 진영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은 필수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SW표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에서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또 국가적 과제로 국제 회의 등에서 국산 기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정부의 과제다.

 IPTV, 스마트폰 등의 발전으로 아직 주도적인 글로벌 표준이 없는 시장이 크게 열렸다. 스마트폰 SW플랫폼, IPTV 임베디드SW 등에서 마지막 승리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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