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LCD 장비 자회사 2곳 `명암`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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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자회사이자 반도체·LCD 장비 전문업체인 세크론 대표이사를 최근 전격 교체했다. 통상 자회사 인사도 연초 조직개편과 맞물려 단행해왔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초 자회사인 세크론의 신임 대표이사에 전 반도체총괄 구매팀장이었던 남상권(57) 전무를 선임했다. 전임 안주환 사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한뒤 불과 10개월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앞서 또 다른 자회사이자 장비 전문업체인 세메스는 올초 김형문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영업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 대표의 경우 최근 건강 문제로 본인이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남 대표를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면서 “드문 일이긴 하지만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불가피했던 인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크론이 최근 실적 악화에 허덕이자 주력인 반도체 장비 사업에 정통한 인사를 전격 배치함으로써 조기에 사업구조를 개선하려는 뜻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 세크론은 지난 1993년 삼성전자와 일본 ‘토와’사가 합작 설립한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로, 지난 15년간 삼성전자의 후광을 등에 업고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7년 매출액 1500억원대에 이익율 8%대를 자랑하던 세크론은 반도체 경기가 급속히 악화된 지난해 매출액은 1000억원대 밑으로 급락했고, 급기야 창사 이래 최대 손실인 8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동종 업체이자 또 다른 자회사인 세메스가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무래도 회사가 어렵다 보니 장비사업에 정통한 CEO를 배치해 이른 시일내 사업 구조조정과 실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뜻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메스, 불황 불구 장비 업계 최고 실적 달성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세메스가 올 들어 반도체·LCD 투자 위축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장비 업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설비 투자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의 우산 효과가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메스(대표 김형문)는 지난 1분기 장비 업계 최대 규모인 678억원의 매출액과 3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국내 반도체·LCD 장비 업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했던 에스에프에이(대표 신은선)를 따돌리고 장비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차지했다. 에스에프에이는 지난 1분기 470억원의 매출에 적자로 추락했다.

세메스는 특히 올 상반기 수주총액만 이미 1000억원을 넘어섰다. 2분기 신규 수주가 없더라도 400억원 가까운 매출은 확보한 셈이다. 또한 반도체 투자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도 지난 1분기 반도체 장비 매출액만 200억원을 웃돌았고, 나머지를 LCD 장비 사업이 차지했다.

한편 올초 세메스는 원천기술 제공 업체이자 21.75%의 지분을 보유중인 일본 다이니폰스크린사와 3% 이내(매출액 기준)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술 공여 계약을 1년간 자동 연장한 바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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