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무결점 수준의 TV 생산라인 구축에 성공한 데는 ‘보물찾기’라는 독특한 제도가 크게 기여했다. 보물찾기는 흐름 생산라인을 구축한 도요타의 ‘가이젠 (改善)’ 생산 혁신 활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97년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할 정도로 생산 혁신 용어로 정착한 가이젠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벌이는 다양한 활동을 일컫는다. 도요타 자동차는 연간 60만건의 가이젠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아래에서 현장 경영 개선 활동이 자리잡았다.
보물찾기도 LG전자 TV 생산라인을 혁신한 일등 공신이다. 공장 라인별로 걸려 있는 ‘보물찾기’ 게시판에는 노란색 포스트 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스스로 찾아낸 공정 개선 사항을 ‘자발적으로’ 적어 놓은 것이다. 보물찾기는 의무가 아니다. 개선 활동에 참여를 하지 않았다고 불이익은 없다. 대신에 참여해 성과를 낸 직원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LG전자 조직문화그룹 홍점표 그룹장은 “보물찾기라는 개선 아이디어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성을 세 배 이상 끌어 올렸다”고 귀띔했다.
보물찾기는 현장 곳곳의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제도로 정착했다. 방법도 간단하다. 노란 메모지에 간단한 제안 내용을 적어 붙여 두면 그만이다. 이전에는 작업자가 제안을 하면 그 사람에게 해결책까지 맡기는 바람에 자연히 제안을 꺼렸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는 전담팀을 운영해 이런 불편을 없앴다. 제안 내용도 복잡할 필요가 없다. 좀 과장해서 그냥 개인적으로 불편하다고 느끼는 점만 적어내면 된다. 제안 절차가 까다롭거나 복잡하면 선뜻 참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간단한데 이를 제안하려면 왜 그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문제점과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 적어내라고 요구하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편하겠지만 현장 직원에게는 또 하나의 짐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한 것이다. LG전자는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고 해답은 현장에 있는 직원이 갖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물찾기로 실현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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