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벤처의 중심`

테헤란밸리와 기업수 48개 차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 vs 테헤란밸리

 지난 10여년간 이어져온 강남 벤처 시대가 저물고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 시대가 열리고 있다. G밸리 내 입주한 벤처기업 수가 연내 테헤란밸리의 벤처 수를 뛰어넘어 국내 최대 벤처단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가 벤처산업 지형도가 확 바뀌고 있다.

17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G밸리인 구로·금천구에 입주한 벤처기업 수는 지난달 말에 1173개까지 증가했다. 테헤란밸리(강남·서초구)의 벤처기업 수 1221개와 불과 48개 차이다.

 지난 2007년 2월 645개였던 G밸리의 벤처기업 수는 2년 2개월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에 테헤란밸리 기업 수는 1126개에서 고작 95개가 늘어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최근 코스닥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테헤란밸리 기업이 다시 증가세를 탔지만, G밸리의 증가세에는 미치지 못한다.

 오완진 벤처기업협회 부장은 “아파트형 공장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강남·여의도 등지에서 G밸리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며 “올해 안에 G밸리가 최대 벤처기업 단지로 부상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벤처의 상징은 테헤란밸리였다. 2000년대 초반 엔젤 투자 유치와 코스닥 등록을 통해 수많은 기업들이 강남·서초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 투자자자들이 몰린 곳이어서 자금을 유치하기 용이했기 때문이다. 기술력보다 아이디어로 투자 유치에 집중했다.

벤처 거품이 걷히면서 강남·서초 일대에서 화려한 사무공간을 갖췄던 기업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초기 스타급 벤처기업들도 많은 부침을 겪었고 이런 과정에서 여러 기업이 퇴출되거나 G밸리 등으로 이전했다.

테헤란밸리와 비교해 G밸리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저렴한 임차·입주 비용이다. 임차보증료는 테헤란의 2분의 1, 관리비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월 평균 25개 정도의 기업이 G밸리로 유입된다. 벤처기업협회도 G밸리 1단지로 3년 전 이전해왔다.

테헤란밸리에 많은 벤처가 있었지만 서로 기술을 공유하거나 공동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협력 모델은 많지 않았다. 협력이 있다 해도 같은 학교나 연구기관 출신 CEO 간의 친목 모임의 연장선에 그쳤다. G밸리는 다르다. 현장에서 사업을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인적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쌓는 G밸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있다.

김민철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장은 “G밸리의 특징은 자발적으로 기업이 많이 밀집했다는 점”이라며 “초기에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입주한 회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유사 업종 간 시너지를 내고 새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 위해 들어오는 업체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독특한 벤처 입주시설도 G밸리 활성화에 기여했다. 건설사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구로·금천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형 공장을 집중 분양하면서 벤처 집적단지가 만들어지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업종별 모임 외에도 단지별, 건물별 모임이 활성화한 이유다.

G밸리가 최대 벤처산업단지로 부상했지만 개선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많은 기업이 밀집했지만 도로나 주변 환경은 아직도 예전 공단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개최할 호텔이나 전시관 등도 태부족이다. 여의도에 있다가 2005년 G밸리로 입주한 조송만 누리텔레콤 사장은 “더욱 발전한 벤처단지를 만들려면 근린·지원시설 등 주변환경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며 “G밸리 기업 간 네트워크를 쌓고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헤란밸리에 비해 투자자들과 떨어져 있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대해 G밸리인들은 지하철 7호선으로 강남까지 30분 안팎의 거리에 불과하며, G밸리 벤처 대박 신화가 나오면 이 같은 물리적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역별 벤처기업들의 평균 매출액 규모는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62억원, 53억원으로 G밸리 내 구로구 44억원, 금천구 50억원보다 높았다. 벤처기업의 평균 종업원 수는 강남이 26명이고 서초는 24명이었다. 구로와 금천은 각각 23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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