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하게 이뤄지던 중고 복사기 수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와 복사기 업체에 따르면 중고 복사기 수입과 관련해 일부 제도를 수정·보완하는 쪽으로 관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국내 대표 복사기 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산업계 의견을 취합했다. 이 자리에는 캐논·제록스·신도리코 등 국내 복사기 업체가 모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산업계는 중고 복사기의 사후 검사제 문제점을 집중 건의했고 정부는 관세청과 각 지역 세관과 협조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사전 검사제까지는 힘들지만 중고 복사기가 수입되면 곧바로 수입 품목에 등록돼 이를 추적할 수 있는 형태로 제도 개정이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중고 복사기는 1999년 규제 완화 차원에서 사전 검사제에서 사후 검사제로 바뀌면서 무분별하게 수입됐다. 실제로 중고 복사기는 사후에 샘플링 형태로 검사를 받으면 그만이어서 수입이 이뤄진 후에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을 뿐더러 불법으로 유통되는 사례가 해마다 늘었다. 중고 완제품 형태 또는 중고 부품 형태로 들여와 재조립해 판매됐으며 적합 테스트와 제조사의 안전 검증을 거치지 않아 지난해 기준으로 정품의 20∼30%에 이를 정도로 ‘블랙 마켓’을 형성했다.
토너·드럼·각종 부품 등 소모품의 중고 유사 제품도 크게 늘어났다. 업계는 검사를 거치지 않고 무단 유통되는 중고 복사기 때문에 국내 생산 업체의 신기술 개발 투자 의욕이 떨어지고 유사 상표와 상표 도용 때문에 회사와 제품 이미지가 실추되는 데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소비자 피해도 심각했다.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 유통 제품이 범람하면서 화재와 전기 위험은 물론이고 주로 폐기 제품을 부품만 교환해 판매해 잦은 고장에 시달렸다. 정식 채널을 거쳐 들여온 제품이 아니어서 정식 수입 업체의 애프터서비스(AS)도 받을 수 없는 등 제조와 소비자 모두 큰 피해를 봐 왔다. 황인태 한국후지제록스 전무는 “정품에 비해 가격이 최대 30% 싸다는 점만 홍보하고 중고 복사기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시장 질서가 크게 왜곡됐다.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중고 복사기의 무분별한 수입 관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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