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만 사랑해’는 전작과 달리 한없이 ‘우웩우웩’ 토하는 작품이 아니라 그 나름의 가벼움도 있고 망설임도 있습니다. 작가끼리 느끼는 동물적인 부분인데 세상에 꺼내놓지만 약간의 미소를 띠면서 내놓고 있는 느낌이지요.”
‘위대한 캣츠비’의 강도하 작가(41)는 ‘오늘까지만 사랑해’를 “김수박이라는 작가가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에게 김수박 작가의 신작을 보는 일은 “이 친구의 1년을 내가 사는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강도하 작가와의 인터뷰는 지난 4일 늦은 밤 이뤄졌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 작품을 추천한 것은 같은 작가로서다. 혹시나 작가에게 아픔이나 누가 되지 않게 잘 전달해주기 부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강 작가가 본 ‘오늘까지만 사랑해’는 퍼즐 같은 작품이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담긴 조그맣고 단정한 이야기들이 해체 조립된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이쿠야, 우리구나” 하고 느껴진다는 뜻이다.
대중가요와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오늘까지만 사랑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강도하 작가는 “작가가 사람과 우리들이 사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희망이 있고 희망 접근 방식에 품위가 있다”고 풀이했다. 작가가 만든 싸구려 감정에 독자도 눈물 콧물 흘리며 싸구려가 되는 작품이 난무하는 시기에 무겁지 않고,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어느새 젖어드는 느낌을 받는 이유다.
강 작가는 ‘오늘까지만 사랑해’는 드라마 이전에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봤다. 그는 “작품 속 ‘봉우리’는 김수박이 들은 ‘봉우리’지만 듣는 사람이 1980년대 운동권 세대인지, 귀여운 잠옷을 입은 소녀인지에 따라 가슴의 울림은 다르게 다가간다”고 덧붙였다.
‘자기 이름에 맞는 그림을 완성시켰다’는 점은 선배인 강도하 작가조차 질투를 느끼는 부분이다.
“완성된 결과물을 향한 질투고 존경이니까 비슷한 또래나 나이 차이가 한 살 안팎인 사람들만 느끼는 건 아니지요. 나는 아직도 오락가락하고 있는 상황인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점은 질투나고 한 수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김수박 작가는 강도하 작가가 이끈 문화웹진 ‘악진’에서 활동한 경험도 있다. 악진은 윤기나고 말랑말랑한 웹툰 속에서 모래 씹히는 듯한 느낌의 작품도 공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김수박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모두 본 강 작가는 “두 번 보기가 힘든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언뜻 쉽게 볼 수 있는 만화라고 착각되지만 이면에 숨은 작가의 내면을 보면 이가 악물어지고 책을 놓을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딸의 방을 몰래 보다 황급히 문을 닫는 느낌이 아니라 창고에서 한참 멍하니 있는 느낌이랄까. 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아날로그맨’은 자주 빼내는 위치에 있었는데 자꾸 그 자리에서 처음부터 다시 보게 돼서 구석에 숨겨버렸어요.”
그는 같이 작품을 하면서 지켜 본 김수박 작가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기 바라냐는 질문에 “독자라면 할 얘기가 많지만 같은 작가이기에 온당한 발언이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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