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정태명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지난 22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금융과 IT, 현재와 미래’ 주제로 4월 토론회를 개최했다. 미래모임은 IT와 각 산업 간 융·복합 트렌드에 대해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금융과 IT 융합을 주제로 잡았다.
김인석 금융감독원 부국장이 기조 연설자로 나섰고 강석영 한국IBM 금융사업본부 전무, 김인현 투이컨설팅 사장, 백승은 LG CNS 엔트루컨설팅사업부문 금융그룹장, 전인호 HP TSG 마케팅 총괄 전무 4인이 패널로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금융과 IT는 불가분의 관계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엄격한 금융권의 정보보호 실태에 대해서는 토론자간의 의견이 엇갈렸다. 엄격한 정보보호가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과 고객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으로 나눠졌다.
김인석 부국장은 “미래 금융권은 온오프라인 채널이 더 활성화돼 고객이 스스로 금융서비스를 주문하는 ‘셀프형’이 될 것”이라며 “산업 방향도 이런 기조로 나아가고 있지만 정보보호산업 육성과 공동 개발 등 새로운 금융 IT 모델이 필요한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디지털 금융의 가치=진정한 차세대 금융권의 모습은 무엇일까. 미래모임 참석자들은 채널과 상품, 업무 프로세스 등 금융권의 핵심역량을 디지털화한다면 금융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 디지털금융은 홈 네트워크 시스템, IPTV, 모바일 등 다양한 디바이스와 은행 내부시스템이 연계돼 ‘생활 속의 u금융 서비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순수 온라인 은행이 설립될 것이며 전통 은행은 직접 창구에서 대면하지 않는 채널을 거쳐 디지털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승은 LG CNS 엔트루컨설팅사업부문 금융그룹장은 “미래에는 금융사 간 개발상품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IT인프라를 공유하며 상생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IT를 활용해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채널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권이 주도해 개발한 상품을 소비하는 형태가 아니라 고객이 직접 능동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자선단체나 교육기관 등 특정집단을 중심으로 은행이 발전할 것이란 시각도 나타냈다.
김인석 부국장은 “정부가 녹색을 강조하는데 금융IT에서도 자원을 적게 쓰는 등 녹색금융이 필요하다”며 “금융사들이 IT센터를 공동 구축해 관리하는 등 시스템 통합과 개발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이버화폐 활성화에도 나서야 할 시기”라며 “도토리와 같이 현금이나 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전용 화폐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안전성 확보와 법 규제 완화 시급=각 분야 전문가가 참석한만큼 금융과 IT 융합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도 이뤄졌다.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교수는 “금융산업도 수출모델을 만들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러나 규제가 강해 국내용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인석 부국장은 “규제가 강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이 해커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돼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융 개인정보보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지난해 금융사에서 고객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정보보호 조직이나 인력이 부족하고 중소형 금융회사의 컨설팅이 활발하지 않은 상태라 정부의 더욱 큰 역할을 주문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이희성 IBM 사장은 “공인인증서를 윈도뿐만 아니라 리눅스 등 오픈 운용체계에서도 돌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옵션이 필요하다”는 점을 꺼내들었다.
이에 김인석 부국장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오픈 운용체계에서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을 할 수 없다”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토론을 진행한 정태명 교수는 “미래에는 마일리지 등 사이버머니를 활용한 사이버뱅크가 생겨나 사용자들이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금융서비스가 활성화 될 것”이라며 “앞으로 금융권 글로벌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규제를 완화하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주제발표-김인석 금융감독원 부국장
금융 IT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시대다. 이를 기반으로 금융산업의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발표하겠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창구업무는 단계적으로 전산화했다. CD·ATM 등 자동화기기가 도입되면서 고객 셀프형 금융거래가 시작됐다. 여·수신 금융상품이 판매되는 등 물리적인 채널 수가 핵심경쟁력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뱅킹이 시작되고 모바일뱅킹이 출현하면서 다양한 채널로 발전됐다. 온라인 금융서비스가 확대된 것이다. 이 시기부터 디지털은 금융권 경영전략에 필수요소로 자리 매김하게 됐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국내 인터넷뱅킹 고객은 4872만명이다. 금융사별 중복인원을 제외하면 800만명가량이 인터넷뱅킹을 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창구고객은 전체 고객의 20%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전자거래 수단을 이용한다. 만약 전 은행의 인터넷뱅킹이 다운되면 현재 창구 인력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산업에서 IT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거래도 2004년 6월 말 대비 조회수는 3배, 이체는 2.5배 늘어났다. 폭발적인 수준이다. 모 은행은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은행 채널 비용을 2000년 대비 2007년 말 53.6배나 절감했다. 인력 역시 평균 8137명 절감 효과를 거뒀다. 모 금융기업의 비이자 수익 중에서 전자금융거래 수수료 비중은 15%나 된다. 2007년 말 2000년 초의 2%와 비교해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금융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차세대 금융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 금융서비스가 온라인화하는 것이 아니라 ‘e고객(customer)’이라고 불리는 디지털화한 고객을 기반으로 디지털 금융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3세대 전자금융시대가 도래한다. 모바일이 그 중심에 서 있다. IT 기반 인프라가 고도화되고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금융서비스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통신·유통·방송 등 이 업종과 협력 관계가 확대되며 RFID·디지털홈·텔레매틱스 등 유비쿼터스 기술이 융합한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해 해외에서 개발한 선진 금융 프로세스를 통용하며 토종 금융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패널발표
◇김인현 투이컨설팅 사장
단정적으로 금융산업은 제조업보다 성숙하지 않았다. 제조업은 제품 생산과 판매가 분리돼 있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 효율을 제고할 수 있는 반면에 금융은 상품 생산과 판매 창구가 일원화돼 있다.
최근 정부에서 전 은행에서 통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었는데 은행 간 판촉 경쟁이 심하다. 금융상품 판매만 전담하는 독립기업이 생긴다면 이런 소모적 경쟁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판매가 분리돼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
현재 은행 업무 98%가 IT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끝나가고 있으며 보험 등 제2금융권도 절반 정도 완료했다. 전산에 있던 사람들은 점차 할 일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시장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다. 금융권은 모바일과 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농업에서 유전자를 조작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듯 금융권도 IT와 융합해 새로운 상품을 제작해야 할 것이다.
◇백승은 LG CNS 엔트루컨설팅사업부분 금융그룹장
금융에서 IT는 핵심요소다.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위한 지원을 하는 소극적인 기능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능으로 변하고 있다. 금융이 1·2·3세대로 진화하면서 IT라는 요소와 금융이라는 비즈니스 요소가 엮여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디지털 금융에 첫발을 뗀 지 10년이 지나면서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은행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자산규모를 많이 키웠다. 상대적으로 지금은 경제적인 요인으로 인해 둔화한 상태다.
그동안 금융산업에서 비용절감이 화두였다면 지금은 바뀌고 있다. 비즈니스가 변하면서 IT의 역할론도 변화 중이다. 향후 1∼2년 내 경기가 회복되면 금융사들은 투자를 할 것이고, 이때 IT는 단지 비용절감을 위한 구성요소는 아니다.
앞으로 IT를 활용해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상황이 온다. 금융권은 이제 상품만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화된 인프라를 공유하며 축적한 비용으로 자사 역량을 강화할 것이다. 서비스 분야에서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금융산업 자체가 움직이면서 IT도 비용 절감보다는 새로운 이익창출로 점차 축이 옮겨가고 있다.
◇강석영 한국IBM 금융사업본부 전무
그룹 최고경영진을 만나다 보면 올해 화두가 ‘적자생존’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에 적응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두 가지 방안을 이야기한다. 기업의 지능지수를 높이는 방법과 기업간 공생의 끈을 어떻게 만드는 방법이다. 기업들은 최근 이런 부문에 투자를 하고 있다.
기업 지능지수를 높이려면 고객관계관리(CRM) 등 IT관리에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내부역량 강화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는 것이다.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과 리더들의 역량 제고도 중요한 문제다. 정보의 분석능력을 키워야만 올바른 정보를 제때 제공할 수 있어 리스크는 감소시키고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간 공생의 끈을 만들어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있다. 기업은 분야를 확장하는 대신 본연의 업을 충실히 하고 나머지는 전문적인 기업과 공생의 끈을 확보해 ‘밸류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잉여비용은 고객의 가치창출에 투자할 수 있다.
◇전인호 HP TSG 마케팅 총괄 전무
금융과 IT의 융합은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서다. 국내 금융권은 상품이 다양하고 인프라가 우수해 세계적인 은행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해외 유수 거래소나 은행들은 IT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축적한 노하우를 IT로 판매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연관된 서비스를 파는 형태다. 우리나라 역시 동남아에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규제가 많다. 금융권이 금융 외의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상황인지 확실하지 않다. 전 업종에 금융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온라인은행에 관심이 많다. ‘오픈 파이낸스’기 때문에 IT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비즈니스모델이 문제다. IT 인프라를 이용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다. 특히 클라우딩 컴퓨팅은 웹상에서 서비스를 사고팔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금융에서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에는 것은 사회적인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사이버침해로부터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성숙한 디지털금융 문화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4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5
5대 거래소, 코인 불장 속 상장 러시
-
6
현대차, 차세대 아이오닉5에 구글맵 첫 탑재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